[朴·文·安 대선 전쟁] 文, 통 큰 양보로 승부수… 허찌른 깜짝 결단 通할까
입력 2012-11-18 20:02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8일 후보단일화 방식을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단일 후보를 결정할 최대 변수를 경쟁자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단일화 협상 중단을 두고 안 후보를 격하게 비판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문 후보의 제안은 그동안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통 큰 양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일화 교착 국면에서 양측이 감정적 언사를 주고받는 와중에 다시 한번 ‘양보하는 맏형’ 이미지를 강조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안 후보 측에 대한 양보와 포용력을 강조한 바 있다. 안 후보 캠프와 선거자금 모금 펀드 출시일이 겹치자 날짜를 뒤로 연기하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6일 안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당 혁신 과제들을 즉각 실천에 옮겨 달라”고 밝히면서 기조가 급변했다. 문 후보는 곧바로 “민주당에 대한 하나의 선의의 충고랄까 이런 건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약간은 아슬아슬한 점이 있다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 총사퇴에 맞춰 단일화 방식 일임을 제안하며 양보와 포용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강온 양면 전략에는 여론 흐름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현 국면에서 가장 유력한 단일화 방식인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 비해 약세였지만 지난 14일 단일화 중단 사태 이후 상황이 변했다. 문 후보 지지율이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를 추월하는 조사가 속속 나왔다. 야권 후보 적합도뿐 아니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력에서도 앞서는 결과가 발표됐다. 안 후보가 선호하는 여론조사를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원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안 후보가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 혁신’을 보여줌으로써 단일화 협상을 추진할 명분과 동력을 갖게 된 것이다. 당원들에게는 희생당하는 이미지도 심어줬다.
사실 이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사퇴는 문 후보 캠프의 새정치위원회가 먼저 요구할 정도로 문 후보에겐 ‘묵은 숙제’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안 후보를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문 후보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지도부 사퇴에 대해 “정권교체와 야권 단일화 위해 길을 터주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우상호 공보단장도 “후보단일화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염원에 부응하기 위한 지도부 차원의 결단”이라고 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 협상 재개를 거부할 마땅한 명분이 없어진 셈이다.
문 후보는 단일화 방식 양보, 지도부 퇴진이라는 두 가지 승부수를 함께 던졌다. 문 후보의 승부수는 향후 2∼3일 동안의 여론 흐름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