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제인 포탈 미술부장 “보스턴미술관 한국실, 대영박물관보다 수준 높아”

입력 2012-11-18 21:34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명소인 보스턴미술관(MFA·Museum of Fine Arts, Boston)의 한국실이 30년 만에 새로 단장해 16일(현지시간) 재개관했다. MFA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더불어 세계 4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이날 30여평(112㎡) 남짓한 한국실에는 청동기시대의 돌칼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 수묵화 등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작품들이 세련된 실내디자인과 환한 조명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실을 담당하는 큐레이터 제인 포탈 아시아·오세아니아 및 아프리카 미술부장은 “한국 바깥의 미술관 중 MFA가 가장 수준 높은 한국 유물·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영박물관보다도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MFA의 한국 소장품은 1000여점이다.

대영박물관에서 20년간 중국 및 한국 미술품을 다룬 베테랑 큐레이터인 포탈 부장은 “당초 중국미술 전공이었는데 일 때문에 한국미술을 공부하다 갈수록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1991년 처음 한국을 찾은 뒤 94년에는 9개월간 가족과 한국에 체류하며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4년 전 MFA로 옮겼을 때부터 뛰어난 한국 예술품들이 낡은 전시공간에 갇힌 채 눈길을 끌지 못하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세 나라 미술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서양에서 보기에 세 나라의 묵화, 자기 등은 유사하며 서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데 한국이 가교 역할을 했으며, 일본 미술이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은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 무늬도 없는 달항아리 백자는 중국 일본 등 어디와도 구별되는 한국 고유의 미를 보여주는 걸작”이라며 “담백하고 절제하는 유교의 가르침이 이 백자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자의 상감기법과 고려 불화도 한국만의 고유미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포탈 부장은 MFA가 소장한 청자죽조문상감매병을 비롯한 고려청자를 거듭 자랑했다. 한국실 재개관 자금을 지원한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도 1950년 철도재벌의 상속자였던 찰스 호이트가 기증한 MFA의 청자 컬렉션은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밝혔다.

소장품 중 특이한 한국 작품으로는 보스턴의 상류층이던 퍼시벌 로월이 1883년 당시 한국 사회와 풍경을 찍은 사진 60여점을 들었다. 그 가운데는 고종황제의 사진도 포함돼 있다.

포탈 부장은 한국실 전시와 관련, 고려 조선 등 전근대 시기의 작품뿐 아니라 현대 미술품을 꾸준히 사들여 과거·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한국 미술의 연속성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관이 재개관했지만 아시아 유물과 작품이 10만여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작품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일본은 판화와 불상 등이 다른 방에 전시돼 있고, 중국도 석조물과 도자기만 전시한 공간이 따로 있다.

한국관에는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영화배우 송혜교씨가 설치한 터치스크린 비디오 홍보 박스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보스턴 미술관 한국실이 재개관함으로써 국제교류재단 지원으로 한국실을 설치하거나 개보수한 해외 박물관은 10개국 27곳으로 늘었다.

보스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