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2002년 학습효과… ‘단일화 감동’ 여부가 판 바꾼다

입력 2012-11-18 19:56


마지막 남은 30일 동안 여론은 어떻게 요동치며 대선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이를 가늠해보기 위해 후보 단일화가 있었던 역대 대선에서 선거일 한 달 전 무렵 실시된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결과를 비교해봤다.

1997년 15대 대선은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의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결과가 거의 비슷했다. 1, 2위 후보 간 격차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그해 11월 16일 한겨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34.9%를 얻어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26.5%)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23.2%)를 리드했다. 실제 대선에서도 김 후보는 40.3%로 이회창 후보(38.7%), 이인제 후보(19.2%)를 따돌리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2002년 16대 대선은 달랐다. 한 달 전 여론조사에서 1, 2위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뒤바뀐 것이다. 그해 11월 16일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22.5%)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21.7%)를 여유 있게 앞섰다. 하지만 실제 대선에서는 노 후보가 48.9%를 얻어 이 후보(46.6%)에게 2.3% 포인트 차로 역전승했다.

두 선거 모두 단일화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15대 대선은 야당에서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여당은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가 분열하면서 표가 갈렸다. 16대 대선 때는 노 후보와 정 후보가 후보 등록 직전 단일화에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달 동안 극적으로 성사된 단일화가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어떨까. 리얼미터가 지난 16∼17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44.6%,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27.2%, 무소속 안철수 후보 22.9%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후보등록일(11월 25∼26일) 전에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실제 대선 결과에 단일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양자 대결 시 박 46.7%-안 46.2%, 박 46.2%-문 47.5%로 오차범위 내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002년 단일화 학습효과를 감안할 때 이번에는 단일화 성사 여부보다 그 과정이 감동적이냐 아니면 기계적이냐에 따라 여론의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