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한 컷의 힘… 국민일보가 뽑은 대선 D-30 포토제닉

입력 2012-11-18 19:46

‘브라우니 개그’ 박근혜 유머에 20대 웃고

‘아이와 눈맞춤’ 문재인에 표심 미소짓고

‘낯선 제스처’ 안철수에 청중 환호하고


18대 대통령 선거가 꼭 한 달 남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8월 2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9월 16일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9월 19일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세 후보는 매일 분 단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고 어디를 가든 수많은 카메라가 그들을 따라다녔다. 선거판에선 사진 한 컷이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석 달간 그들을 담은 수천 장 사진 가운데 국민일보는 후보별로 1장씩 ‘D-30 포토제닉’을 선정했다.

박 후보는 지난 7일 서울여대 ‘걸투(Girl Two) 토크콘서트’ 무대에 KBS 개그콘서트 ‘정 여사’ 코너의 강아지 인형 ‘브라우니’와 함께 등장했다. 인형에 목줄을 감아 살아 있는 개처럼 끌고 나온 ‘박 여사’ 모습에 객석의 20대 여대생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무대는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20대는 박 후보가 가장 취약한 연령층이다. 그들에게 다가가려 정치에 개그를 끌어들였다. 사회자가 “소통을 위해 브라우니를 데리고 나오셨냐”고 물었더니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보배”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당내 경선 때부터 줄곧 괴롭히고 있는 ‘불통’ 이미지를 벗으려는 몸부림이 이 사진에 담겼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는 지루했던지 종이를 망원경처럼 돌돌 말았다. 그걸 눈에 대고 쳐다봤더니 문 후보도 몸을 숙여 반대쪽 구멍에 눈을 맞췄다. 이 장면은 지난달 21일 서울 동교동 카페 꼼마에서 ‘문재인 펀드 선한 출자자와의 만남’이란 행사 도중 포착됐다. 문 후보는 그동안 ‘통 큰’ 모습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당내 경선에선 룰 변경을 수용했고 새누리당의 ‘먹투방지법’ 제안도 받아들이려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도 ‘큰형 리더십’을 강조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준 대통령 후보, 지금은 단일화 경쟁자인 안 후보 눈높이에 맞추고 있는 중이다.

안 후보 일정에는 유독 대학 강연이 많다. 전혀 정치인 같지 않은 목소리로 교단에서 강의하듯, 제자들과 대화하듯 늘 차분하게 연설한다. 그런 그가 지난 5일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청중은 낯선 그의 ‘몸짓’에 환호했다. “안철수”를 연호하며 벌떡 일어나 그와 같은 포즈를 취한 이들도 있다.

안 후보는 이 강연에서 문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해 만나자”고 처음 제안했다. 매일 수많은 그의 사진이 정치부 데스크에 올라오지만 이것만큼 ‘정치인다운’ 컷은 없었다. 사진 속 표정에선 단일화 경쟁에 뛰어드는 자신감과 권력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곳이 단일화 승패를 좌우할 호남이어서 더욱 그렇게 보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