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성폭행” 고소했다 실형받자 페북에 “거짓말” 실토… 판결 뒤집혀

입력 2012-11-18 19:44

여대생 A씨는 지난해 같은 대학에 다니는 남자친구 B씨를 성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A씨가 다른 남자들과 술을 마신다는 얘기를 듣고 홧김에 A씨를 폭행하고 현금 수십만원과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성폭행한 혐의로 B씨를 기소했다. 직접적인 증거는 A씨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했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여자친구를 추행하거나 강간한 사실이 없고, 금품을 강취하지도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으나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 선고 보름 후 A씨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B씨를 꼭 풀어주세요. 그가 때리고 흉기를 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를 때리고 모함한 것들이 힘들고 속상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위증을 암시하는 이 글은 당일 바로 삭제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수상히 여겼다. A씨는 항소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악마가 그렇게 쓰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목소리가 들려 그렇게 썼을 뿐”이라며 “정신병원에 실려가 환청이라는 말을 들었고 3∼4주간 입원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삼봉)는 A씨의 진술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그 결과 A씨의 진술 중 성폭행 관련 부분은 진술이 번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판결은 상고 없이 확정됐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