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보증서는 ‘가짜 보증서’?

입력 2012-11-18 19:44


귀금속, 중고 자동차, 짝퉁 명품시장 등 소비시장에 가짜 품질보증서가 활개치고 있다. 최근 원전 부품의 위조된 품질검증서가 논란에 됐지만 우리 실생활에서도 가짜 품질보증서로 소비자를 속이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지난 7월 초 대학생 김모(24)씨는 여자친구와 커플반지를 맞추기 위해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점을 찾았다. 가게 주인은 김씨에게 6.15g짜리 금반지를 권했다. 김씨는 품질보증서를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반지를 구입했다. 그러나 며칠 후 반지의 실제 무게가 품질보증서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귀금속점에서 반지 무게를 재 보니 5.18g이었다. 김씨는 반지를 구매한 귀금속점 주인에게 따졌다. 주인은 강하게 발뺌했지만 김씨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새로운 보증서를 작성해 줬다. 품질보증서 작성을 가게 주인이 직접 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멋대로 작성한 보증서가 적지 않다. 한 중고차 중개업자는 “실제로는 성능이 불량인 부품도 판매자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양호하다’고 적거나 주행기록을 실제보다 줄여서 기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본동에 사는 김모(33)씨는 중고차 중개업자를 통해 중고 수입차를 1950만원에 구입했다. 차량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모든 항목이 ‘양호’로 표시돼 있었다. 그러나 차량구매 직후 소음이 심해 정비소에 의뢰한 결과 바퀴와 휠 상태가 불량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짝퉁 시장의 가짜 품질보증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4일 한 30대 여성은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1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 쇼핑몰 홈페이지에는 제품 설명과 함께 보증서까지 배송해 준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이 여성이 받은 명품 가방에는 ‘PPADA’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가방 안에 들어 있는 품질보증서는 ‘PRADA(프라다)’ 보증서였지만 가방 자체가 짝퉁이었다. 이 여성은 “명품 가방에 들어 있던 보증서가 가짜라는 증거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매회사에 항의해 돈을 돌려받았다.

전문가들은 가짜 품질보증서가 넘쳐나는 건 소비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우려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상거래 분야에서 보증서 위조 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고객을 속이려는 모럴 해저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품과 다른 품질보증서는 신고하면 사기나 상표법 위반 행위로 처벌할 수 있어 판매자가 발뺌할 경우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며 “그러나 중고차의 경우 처벌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철저히 점검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