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양기호] 중국 세대교체와 일본
입력 2012-11-18 19:37
지난 8일 제18차 중국 공산당대회 이후 제5세대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출범은 한국이나 중국에서 큰 뉴스거리다. 최근 일본 매스컴의 관심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중국 지도부 교체에 온통 집중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중국 붕괴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본 신문이나 잡지를 장식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중국 내 빈부격차는 위험 수준에 달했다. 지방 관료들의 부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공산당 간부 가운데 최근 2년간 3600명이 뇌물죄로 처벌받았다. 뇌물 액수만 700억원에 달하며 실제로는 수조원 규모에 달한다.
중국 인터넷 인구는 5억명을 넘어서서 사이버 공간은 공산당이 통제하지 못할 정도다. 민중의 불만도 매일처럼 데모와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8만7000건 발생 건수를 발표한 이래 더 이상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의 공공채무도 커지면서 경제성장을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 시진핑 집권 5년간 베이징올림픽이나 상하이 만국박람회 같은 대형 이벤트도 없다. 일본이 겪었던 공해 문제, 석유위기, 위안화 절상, 거품 붕괴, 생산인구 감소 등 ‘5중고’가 한꺼번에 중국에 들이닥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실 일본 내에서 반중감정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 중국을 싫어하는 일본인이 9할을 넘는다. 중국의 대국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키지 않거나 반발하는 쪽이 훨씬 많다. 한자, 유교, 관료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인적, 물적 교류가 엄청나지만 중국사람 밑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05년 일본의 절반이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2017년에는 일본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센카쿠섬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 중국 정부와 국민이 분노하면 일본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일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일본 학생은 2만명이 안 되는데 비해 중국 학생은 무려 10배인 19만명에 달한다. 차세대를 이어갈 글로벌 인재 육성에서도 일본은 도저히 중국을 당해낼 수 없다.
다급해진 일본은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노다 총리는 오바마 재선 이후 즉시 미·일동맹 강화를 요청했다.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심지어 국내 논쟁이 끝나지 않은 TPP(환태평양경제연계협정) 교섭에 서둘러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미·일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사전포석을 깔고 있는 셈이다. 이미 해양방위 면에서 일본 자위대와 미군 간 상호 협력과 역할 분담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본보다 중국 문제가 가장 중요한 핵심 외교 이슈였다. 미국에 중국은 라이벌이지만 중요한 파트너다. 일본은 한수 아래다. 미국 정계는 일본 총리나 각료가 자주 바뀌면서 과연 일본이 동맹국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더구나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제2기 행정부에서 대일 정책을 담당했던 클린턴 국무장관이나 캠벨 차관보는 교체될 전망이다. 워싱턴 내 친일파가 점차 사라지면서 일본 외교가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7세기 초 쇼토쿠(聖德) 태자가 중국 수나라 황제에게 보낸 ‘해뜨는 나라 천자가 해지는 나라 천자에게 사신을 보낸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천황제가 확립되면서 자신감에 넘친 일본이 중국에 편지를 보내면서 언급한 말이다. 동아시아 근대화기를 장식했던 이 문구는 21세기 들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래저래 힘 빠진 일본의 차기 정권이 행여라도 잘못된 내셔널리즘에 휘둘리지 말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반성과 화해의 진정성을 가지고 대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