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기지개 켠다… 불황 길어지자 매물 쏟아져

입력 2012-11-18 21:31


현대글로비스 경매장 가보니

중고차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불황 때문에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지난 9월 시작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에 맞춰 국내 메이커들이 노후 차량에 대한 보상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헌 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장 앞마당. 한 30대 남성이 스마트폰 영상통화 장치로 흰색 NF 쏘나타의 범퍼와 계기판을 비추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자신을 현대글로비스 응찰 회원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방금 경매에서 낙찰 받은 쏘나타를 울산의 구매자에게 보여주는 중이었다. 차를 경매에 부치는 건 누구나 가능하지만 차를 낙찰 받는 건 사전 등록한 판매상 등 1050명의 회원만 가능하다.

그는 “2010년식 LPG이고 경매 시작가는 820만원이었는데 900여만원에 이를 건졌다”면서 “울산에 있는 직거래 고객에게 시세보다 200여만원 싸게 경매대행 수수료만 받고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는 ‘C to B(Customer to Business)’ 방식이다. 자신의 차를 팔기 원하는 일반인에게 차량을 받아 점검하고 평가하고 수리한 뒤 이를 국내 중고차 도매상, 중동 러시아 아프리카 수입상에게 전자경매를 통해 넘긴다. 일반인 대 일반인 거래 방식은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을 싹쓸이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하지 못하고 있다.

차량을 둘러보던 50대 남성은 경기도 부천에서 중고차 관련 사업을 30년간 해왔기 때문에 시동을 켜 엔진 소리만 들어도 차의 성능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추석 직전이 비수기이긴 한데 그때 딱 2대 팔았다. 정부의 개소세 정책이 나오자 10월에 30대 수준으로 올라왔고, 이번 달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시장은 시고 맛없는 레몬밖에 널려 있지 않은 시장이란 뜻의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판매자보다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이 속아서 살 가능성을 우려해 싼값만 지불하려 하고, 이로 인해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 이처럼 불량품이 넘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도 외면하는 시장이 된다.

그럼에도 중고차 거래는 2008년 176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25만대 규모까지 몸집을 불렸다.

10년 전 ‘1명의 차량 소유자 대(對) 다수의 입찰자’ 방식의 경매를 들여온 현대글로비스도 이번 달 누적 출품 50만대를 돌파했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튀는 색깔이나 외관 흠집으로 팔기 어려운 차도 엔진과 프레임만 멀쩡하다면 경매를 통해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흥=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