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미얀마 인연… 케냐인 조부 2차대전때 버마 영국군 요리사

입력 2012-11-18 19:2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후 첫 해외 방문 일정으로 동남아 순방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첫 방문국인 태국에서 잉락 친나왓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수교 18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의 핵심은 미얀마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태국 방문 뒤 곧바로 미얀마로 이동해 19일 테인 세인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다. 미국의 현역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지는 미얀마 방문은 미 외교정책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 3개국 순방이 이른바 ‘중국 견제’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관계 정상화 조치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미 정부는 16일(현지시간) 보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얀마산 상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성명을 통해 “약 10년 만에 미얀마산 제품의 미국 수입을 광범위하게 허용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얀마 정부는 15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반체제 인사 등 수감자 452명을 추가로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인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버마(미얀마의 당시 이름)에서 영국인 대위의 요리사로 근무한 사연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이지만 오바마 가문 사람이 미얀마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1895년생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의 할아버지 후세인 온얀고 오바마는 영국군 일원으로 2차 대전에 참전했다.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는 7만5000여명이 2차 대전에 나갔다. 온얀고 오바마는 아라비아, 실론(현재 스리랑카)을 거쳐 버마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버마 여인과 결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앤드슨 옥스퍼드대 아프리카정치학과 교수는 “다른 참전 케냐인과 마찬가지로 온얀고 오바마는 이러한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통해 영국 식민 지배의 부당함을 깨닫는 등 더욱 현명하고 정치적인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NYT는 온얀고가 당시 버마에서 어떤 야망을 품기 시작했든 간에 70년 뒤 그의 손자가 미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미얀마를 방문할 것

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