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 구조조정 실태 집중 점검… 기업 살리기보다 이익 챙기는지 조사

입력 2012-11-18 19:09

불황이 길어지면서 기업 사정이 나빠지자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실태 점검에 나선다. 채권 은행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보다 채권 회수 등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고 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갖춰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은 언제든지 정리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부터 연말까지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외환·씨티·SC은행 등 국내 8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이들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 점검한다고 18일 밝혔다. 금감원은 신용평가사와 함께 4개 점검반을 가동한다. 금감원 이기연 부원장보는 “채권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제때 구조조정이 안 되고 부실만 커지는 사례가 있다”며 “구조조정 추진 실태나 진행 상황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대상인 신용위험 C등급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기업 회생은 뒷전에 두고 은행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채권단이 기업 신용위험을 제대로 평가했는지도 확인한다.

C등급은 경영 사정이 당장은 나빠도 구조조정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고 판정된 기업이다. 하지만 채권단이 채권 회수에만 몰두해 정상화는커녕 되레 부실이 커진다는 지적이 많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C등급 기업은 은행이 책임지고 정상화시키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채권만 회수한 뒤 지원은 중단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며 “회생 가능하다고 판단해 C등급으로 분류했다면 책임지고 정상화하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늘리고 기존 대출 회수는 신중하게 하라고 은행들에 권고하기도 했다. 불황 장기화로 기업 자금 사정이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빌려준 돈은 지난해 말보다 9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조1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다만 금감원은 은행들에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을 적극적으로 정리해 연말까지 목표 비율 1.3%를 맞추라고 요구했다. 9월 말 기준 전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56%로 목표 비율을 초과했다. 지난해 말의 1.36%보다도 0.2% 포인트 커졌다.

또 금감원은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 매년 한 차례씩 하던 신용위험 평가를 수시로 해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은 언제든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