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수지 14년만에 흑자…중동 수출 사상 최대
입력 2012-11-18 21:30
무너지는 우리 경제를 ‘한류 열풍’과 중동 오일머니가 떠받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추락하고 있지만 문화·건설서비스 상품과 중동지역 수출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서비스수지는 14년 만에 흑자 전환이라는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중동지역에 부는 자유화 바람은 우리 수출 상품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1∼9월 서비스수지가 23억2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43억774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서비스수지는 서비스상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일종의 손익계산서다. 1998년 17억 달러 흑자를 낸 뒤 13년 동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해왔다.
서비스수지의 ‘흑자 돌풍’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화·음악 등 한류 문화상품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서비스수지 전체를 끌어올렸다. 영화와 음악 서비스 등의 수지를 나타내는 개인·문화·오락 서비스수지는 올 들어 9월까지 4000만 달러 흑자다. 지난해 2억2300만 달러, 2010년 3억8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2차 효과도 낳았다. 우리 문화 상품을 즐기던 외국인들이 직접 한국을 찾으면서 매년 대규모 적자였던 여행수지는 적자폭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71억6000만 달러 적자였던 여행수지는 올해 1∼9월 적자폭이 41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최광식 문화관광부 장관은 최근 “지난해 외래관광객(외국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 980만명 중 한류 관광객이 100만명에 이른다”며 “이번 달 중으로 외래관광객 1000만명 돌파가 예상되는데 1등 공신은 한류”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고전하는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수주를 늘린 것도 서비스수지를 견인했다. 건설서비스수지는 올 들어 9월까지 126억200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흑자 규모(81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중동지역은 강력한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동에 자유화 물결이 일면서 중동지역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두둑해진 중동 산유국의 우리 상품 수입도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동지역 수출액은 305억6500만 달러에 이른다. 전년 동기(265억3200만 달러)보다 15.2% 늘었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출액(340억7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달 수출액만 놓고 보면 자유화 바람이 분 리비아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4.1%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57.2%), 요르단(13.1%) 등 산유국으로의 수출도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줄고 있지만 고유가에 자유화 바람까지 타면서 중동 소비자의 지갑은 두툼해지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안요소가 있지만 중동 경기가 쉽게 얼어붙진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중동이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