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 중국선교 변화는?… 희망론 “개방된 인물들”-신중론 “통제, 세련되게 변할 뿐”

입력 2012-11-18 20:30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맞아 중국 내 기독교의 입지와 선교 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까. 외부의 선교활동을 막는 중국정부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국내 기독교의 성장이란 도도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세아연합신학대 우심화 교수는 18일 “중국에 5세대 지도부가 들어섰다고 선교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다만 시진핑이 집권하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 내 종교상황이나 종교정책에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앙의 자유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 세대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것이고 정부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WEC선교회 이사장을 지낸 옥인영 장로는 더욱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옥 장로는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도 초기와 임기 말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다 시진핑은 더 개방된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선교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옥 장로에 따르면 신분을 숨기고 사역해오던 중국의 가정교회 목사들이 이제는 당당히 목사 명함을 갖고 다닌다. 공안도 가정교회 목사들에게 “규모를 더 이상 키우지만 않으면 문제없다”고 말할 정도다. 옥 장로는 “최근 중국에선 지식인과 엘리트가 주축이 된 도시교회가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미 현지인 선교사도 배출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10년 아시아하베스트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크리스천(천주교 포함)은 1억34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63%를 차지한다. 정부 공인교회인 삼자교회 신도는 2800만명에 불과하지만 가정교회와 지하교회, 도시교회 성도가 많다.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선교연구원장 인병국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중국의 관점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일단 상황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 목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선교 통제는 무지막지했던 예전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했다. 선교활동이 자기네한테 유리한 성격이면 묵인하되, 조금이라도 신경을 건드리면 점잖은 말로 경고한 뒤 계속 버틸 경우 추방하는 식이다. 인 목사는 중국 교회의 성장에 대해서도 “수적(數的)으로 늘어난 것은 맞지만 세속화에 함몰되고 있어 진정한 부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향후 바람직한 중국 선교 방법으로는 현지 교회와 동역, 화교(華僑)를 통한 선교 등이 제시됐다. 인 목사는 “한국 선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군림’하는 옛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 교회와 진실한 관계를 맺고 같이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교회와 삼자교회의 교류가 늘고 있는데 삼자교회는 선교 의지나 여력이 없고 정보유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교류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옥 장로는 “중국 현지 활동에 제약이 많은 한국 선교사 대신 중국에서 환영받는 화교가 선교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 중국인이 사는 곳마다 교회가 있는데 이곳에서 화교선교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