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3부) 새로운 리더십, 산적한 과제] ① 분야별 정책 방향과 시진핑 인맥
입력 2012-11-18 18:31
정치 개혁은 천천히… 경제는 빠르게… 외교는 강하게
“정치 개혁은 완만하게, 경제 개혁은 속도감 있게, 외교는 강하되 상황 따라.”
시진핑(習近平) 시대를 맞아 정치 개혁은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시대적 화두가 됐다. 하지만 정치 개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신 소득분배 개혁, 국유기업 개혁, 성장모델 전환 등 경제 개혁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 분야에서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힘 있는 외교를, 안보 분야에서는 해·공군력 강화를 통한 강군 건설을 추진할 전망이다.
◇‘중국의 고르바초프’는 되지 말라=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8일 18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정치 개혁, 법치국가 건설, 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도 “서방 정치제도 모델을 절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동시에 당의 법원·검찰에 대한 감독 강화도 역설했다.
중국공산당은 서구식 민주주의 대신 ‘당내 민주화’를 통해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당 대회 중앙위원 선거에서 차액선거(정원보다 많은 후보를 내세워 최소 득표순으로 떨어뜨리는 방식) 비율이 불과 1% 포인트 남짓 늘어나는 데 그친 게 그 방증이다.
정치국 위원(당 서열 1∼25위 인물) 선출에 있어서도 차액선거가 실시될 것이라던 한 서방언론의 관측도 빗나갔다. 차액선거 확대가 당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당 원로들의 시진핑에 대한 첫 번째 주문은 ‘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스트로이카’로 소련 공산당 통치를 붕괴시킨 미하일 고프바초프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 개혁을 추진하다 문화혁명이나 천안문 사태와 같은 혼란을 초래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법치주의 확립 등 여타 정치 개혁 과제도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체제 개혁 권력층 반발 불 보듯=18차 당 대회에서는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사회 전면적 건설을 경제·민생 정책의 최대 과제로 내세웠다. 그때까지 국내총생산(GDP)과 주민 평균수입을 2010년의 배로 늘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체제 개혁을 심화하고 경제발전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산업구조 최적화, 지역균형 발전, 도시화 등이 과제로 꼽힌다.
시진핑은 경제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이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시장경제가 발전한 남부의 푸젠(福建)·저장(浙江)성과 상하이시 등에서 20여년 행정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면서 소득 재분배와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경제체제 개혁에서는 기득권층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강한 민족주의 성향 드러낼 우려=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시진핑이 첫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강조한 데서 보듯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과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후진타오가 정치보고에서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이 힘의 외교를 펼치되 상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권·군권을 동시에 넘겨받은 시진핑은 군부에 대한 강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국력에 걸맞은 강군 건설’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