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앨리사 핼러번 상담교사 “상담교사는 변호사처럼 학생 대변해야”
입력 2012-11-18 17:33
브룩필드 고등학교의 앨리사 핼러번(33·여) 상담교사는 “위기학생 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질환에 대해 낙인찍는 분위기가 가장 큰 장벽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21일 캐나다 현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한 그는 “캐나다의 ‘핑크 데이’ 운동이 학교폭력 추방과 학생정신건강 정책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소개했다.
-핑크 데이란.
“2007년 가을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한 고교에서 어떤 남학생이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가 ‘게이’라며 심한 놀림을 받은 뒤 괴롭힘을 당한 일이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또래 남학생 2명이 똑같이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점차 교실에는 분홍색 셔츠가 늘어갔고, 2주 뒤에는 전교생이 분홍색을 입게 됐다. 분홍색 티셔츠는 전국적으로 번져나갔고 매년 핑크 데이(9월20일)를 지정해 분홍색을 입고 등교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정신건강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나.
“핑크 데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을 상징한다. 그 운동 이후 사회가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는 명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울증인 것 같다’ 혹은 ‘내가 정신적으로 이상한 것인가’라고 주변인에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정신질환도 다양성으로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는 데 상담교사의 역할은.
“신뢰관계다. 학생들이 믿고 상담교사에게 다가가려면 ‘이 사람(상담교사)은 내(학생) 편’이라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교장·교감 등 학교 당국과 상담교사는 위치가 다르다. 학교 당국과 학생이 마찰을 빚을 때도 상담교사는 변호사처럼 학생을 대변해야 한다. 그래야 내밀한 심리문제를 다룰 수 있다. 이는 상담교사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 상담교사의 신분이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않고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상담교사 혼자서 많은 학생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관건은 정보다. 어떤 학생에게 상담이 필요한지, 얼마나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판단의 근거가 필요하다. 이 작업에 실패하면 큰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 겉으로 모범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는 허다하다. 학생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상담교사는 상담에만 몰두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교사 등 다른 구성원은 문제를 외부에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내 상담 시스템의 중요성은.
“정신적인 문제를 안고 사회로 나간 아이들은 사회불안 요소가 된다. 졸업 뒤 낯선 환경 속에서 학교 상담을 통해 호전됐던 정신건강 문제가 재발하기 쉽다. 따라서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최대한 완화시켜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효과적인 기관은 학교다.”
오타와=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