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딩 Cheerleading… 뷰티풀! 파워풀! 원더풀!

입력 2012-11-18 17:27


치어리딩을 소재한 한 할리우드 영화 ‘브링 잇 온’.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고생들은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곡예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공중으로 몸을 날려 고난도의 공중회전을 하는가 하면 아찔한 높이의 인간 피라미드를 쌓기도 한다. 복잡한 기술과 신체 단련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치어리딩은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정식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깔깔 웃는 얼굴엔 구김살이 하나도 없다. 어깨엔 당당한 자신감이 올라앉아 있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도 그들의 열정을 식히지 못한다.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코리아컵 치어리딩챔피언십’ 초·중·고 왕중왕전 결승전. 화려한 유니폼을 맞춰 입은 치어리더들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댄스, 화려한 율동 그리고 고난도의 스턴트 기술을 맘껏 뽐냈다. 결승전엔 전국에서 11개 팀(초등부 3, 댄스 3, 액션 3, 스턴트 2)이 참가했다. 이 팀들은 지난 10일 예선을 뚫고 결승전에 올라왔다. 결승전에선 레인보우 엔터테인먼트(초등부), 신현고(댄스), 제물포고(액션), 광운전자고(스턴트)가 각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을 치른 팀들은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2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결승전 때 관중의 응원을 유도하는 사이드라인 치어리딩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스턴트 부문 결승에서 화려한 연기를 펼친 서정고 ‘래스컬’의 팀장 유세리(16) 양은 치어리딩이 각종 학교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클럽 활동이라고 했다. “치어리딩을 한 뒤부터 친구들과 더 친해졌어요. 함께 밤늦게까지 연습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성격도 더 적극적이고 외향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中·日의 급성장

치어리딩은 종주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선 대표적인 여성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인정할 정도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1980년대 초 치어리딩이 학교 체육으로 도입되도록 적극 지원했다. 치어리딩 의원연맹이 결성돼 후원 활동을 펼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선화 대한치어리딩협회 이사장은 “긍정을 상징하는 치어리딩은 최고의 여성 클럽 활동”이라며 “일본은 이지메 등 학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체육관까지 마련해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대회가 열리면 지역 예선을 통과한 팀이 600여개나 몰릴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도 치어리딩 붐이 크게 일고 있다. 10년 전 미국의 치어리딩 문화를 받아들인 중국은 7년 전부터 광저우 국립체육대학 등에 전공학과를 개설했다. 광저우에선 치어리딩 지도자만 600여명에 달한다. 치어리딩은 체조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현주소

한국의 경우 치어리딩 역사는 짧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 70여개, 중·고등학교에 100여개, 대학교에 100여개의 팀이 있다. 경주대학교는 내년 국내 최초로 치어리더 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현재는 몇몇 대학에 생활체육 과목으로 개설돼 있다. 2008년 세계치어리딩연맹(ICU)의 정식 회원국이 된 한국은 2009년 국가대표 팀을 결성해 최초로 세계치어리딩선수권 대회에 참가했다. 무용을 전공한 김보라(28), 김혜림(26)은 2011년 4월 29일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열린 2011 세계치어리딩선수권대회에 ‘힙합더블’ 부문에 출전해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따내 가능성을 보였다. 대한치어리딩협회는 주부를 위한 다이어트 치어리딩, 노인의 우울증 극복을 위한 실버 치어리딩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치어 업 코리아’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이선화 대한치어리딩협회 이사장은 ‘치어 업 코리아’에 대해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이 사업은 기업들과 손잡고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치어리딩을 보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이 건강을 챙기고 바른 인성과 리더십도 함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사와 미래상

1880년대 미국 대학 미식축구 경기에서 프린스턴대 몇몇 남학생들이 팀의 응원을 리드한 것이 치어리딩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1923년 미네소타대에서 처음으로 여성 치어리더가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남학생의 수가 줄어들면서 치어리딩은 여성 위주의 활동으로 바뀌게 됐다. 오늘날은 여성이 전 세계 치어리더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70%가 여성팀이며 나머지 30%는 혼성팀으로 구성돼 있다.

1975년 세계치어리더협회(UCA)가 설립된 이후 치어리딩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82년 UCA가 개최한 제1회 미국치어리딩선수권대회 이후 치어리딩은 독자적인 형태의 스포츠로 발전해 오고 있다. 2004년에는 제1회 세계치어리딩선수권대회가 열려 국제적인 스포츠로 입지를 다졌다. 현재 103개 회원국을 확보한 ICU에서 이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ICU는 치어리딩을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인정받고, 향후 올림픽 무대까지 진입하기 위해 국제 교류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사진=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