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서 건진 초현실 풍경, 상상서 건진 기계의 숨결… 한국화가 유근택·키네틱 아티스트 최우람 개인전

입력 2012-11-18 17:23


일상적인 삶을 그림의 소재로 삼는 한국화가 유근택(47)과 움직이는 기계 생명체를 만드는 키네틱 아티스트 최우람(42). 회화와 설치조각이라는 장르는 각기 다르지만 두 작가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늘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두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나란히 열려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루’라는 타이틀로 12월 9일까지 본관에서 전시를 갖는 유근택 작가는 지난해 미국에서 지내면서 제작한 작품 등 30여점을 내걸었다. 기존의 관념적인 한국화에 자신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끌어들인 작가는 ‘한국화단의 뉴웨이브’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가 주변 풍경에 무뎌지기 전, 그것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섬광과도 같은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낸다.

미국의 작업실에서 먹고 자고 일어나 그림 그리던 반복적인 생활을 주변 풍경과 함께 표현한 ‘365일의 거주’는 자신이 마주한 공간 속에 누적된 에너지의 흔적을 보여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그린 ‘열 개의 창문, 혹은 하루’, 집안에 널려있는 온갖 잡동사니가 물 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살린 ‘풍덩!’ 등이 삶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프랑스 후기인상파 폴 고갱의 전시를 보면서 숭고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작들의 색감이 이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지고 구성도 초현실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기묘하고 놀라움으로 가득 찬 무엇”이라고 강조한 그는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산을 가는 것보다 내가 만질 수 있고 호흡할 수 있는 주변의 것들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흥행 대박을 터트린 영화 ‘도둑들’에서 미술관 관장 역의 신하균이 전지현과 김해숙을 만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뒤쪽에 기계 같은 것이 움직이는 모습이 나온다. 촬영장소가 경기도 용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으로, 이곳에 소장돼 있는 최우람 작가의 작품이다. 30일까지 신관에서 전시를 여는 그의 작품은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라고 평가받는다.

어린 시절 ‘마징가Z’와 ‘로봇태권V’에 빠져 산 작가는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를 꿈꾸다 기계 생명체를 제작하는 미술작가가 됐다. 도로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 등 현대 기계문명이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처럼 느껴져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만든 기계 생명체는 관절과 심장을 지닌 것처럼 섬세하게 움직인다. ‘기계의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랄까.

벌레나 곤충 형상을 주로 만드는 이유는 인간의 교만과 폭력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예고하기 위해서다. 10년 만의 국내 개인전에 작가는 조각 작품의 시발점인 드로잉 50여점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신작 8점을 선보인다. 신관 옆 두가헌에서는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는 김덕용 작가의 ‘책-기억의 풍경’이 12월 9일까지 열려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02-2287-35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