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공연 오페레타 ‘박쥐’… 한 해 시름 날려버릴 ‘한바탕 웃음’

입력 2012-11-18 17:16


화려한 음악, 신나는 왈츠와 폴카, 익살스러운 대사가 한데 어울린 오페레타 ‘박쥐’는 세계 오페라극장들이 연말 레퍼토리로 앞 다퉈 내놓는 작품이다. 유쾌한 웃음으로 한 해의 근심을 털어버리는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오페레타는 ‘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노래뿐 아니라 대사와 춤이 섞여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남긴 오페레타 ‘박쥐’를 공연한다. 창단 50년 만에 처음이다.

고리대금업으로 살아가는 허풍스러운 바람둥이 아이젠슈타인 남작, 남편의 재력만을 보고 결혼한 속물스러운 그의 아내 로잘린데, 화려한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하녀 아델레 등이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오를로프스키 왕자의 파티에 참석한다. 가면을 쓰고 참석한 파티라 서로 못 알아보는 상황. ‘박쥐’는 파티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을 다룬다. 당시 오스트리아 빈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을 풍자한다.

연출을 맡은 스티븐 로리스는 “‘박쥐’ 주인공들은 경제공황 이후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늘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 때문에 코믹한 삶 속에서도 절망과 불안이 함께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박쥐’의 본래 배경은 빈 증시가 붕괴한 1873년 즈음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1920∼30년대 대공황 시대로 옮겨가 “절망적으로 파티에 매달리는 모습”을 극대화한다. 1920년대 빈의 유명한 카바레 ‘박쥐’가 무대 위에 재현돼 샴페인이 넘쳐나는 화려한 파티 분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무대는 한국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위트 넘치는 한국형 ‘박쥐’로 꾸며질 예정이라 관심을 끈다. ‘달인’으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병만이 3막에 등장하는 술 취한 교도관 프로쉬 역을 맡아 코믹한 대사와 연기로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김병만을 제외한 배우들은 독일어로 공연하고, 객석에는 자막이 설치된다.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최희준), 합창은 국립합창단이 맡는다. 아이젠슈타인 역은 테너 리처드 버클리 스틸과 바리톤 안갑성, 로잘린데 역은 소프라노 파멜라 암스트롱과 소프라노 박은주, 오를로프스키 역은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맡았다. 28일∼12월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1만∼15만원(02-586-5282).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