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이순신-(20) 얼굴] 마음을 먼저 닦아라

입력 2012-11-16 19:49


대입 수능시험이 끝났다. 꽃 같은 얼굴의 학생들은 청년의 삶을 시작할 준비에 바쁘다. 그런데 시험이 끝난 그들의 큰 관심사가 성형이라고 한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갈 스펙 고민, 내실보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시대 탓이다.

장우성 화백이 그린 이순신의 표준영정은 성형수술을 한 듯한 훈남 그 자체다. 이순신의 멘토였던 류성룡의 “말과 웃음이 적고 얼굴은 단아하여 마치 수양하며 근신하는 선비같다”는 말과 14대 종손의 모습을 참조해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초상화는 실제 이순신과 다르다.

한산도에서 이순신을 직접 만났던 고상안, 이순신의 친척이었던 이분과 윤휴가 기록했던 사실적인 모습이 있다. 고상안은 이순신의 얼굴을 “풍만하지도 후덕하지도 못했고, 입술이 뒤집혀서 복장(福將)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카였던 이분은 “겨울에 비로소 무예를 배웠는데 팔심과 말 타고 활쏘기에 아무도 따를 자가 없었다”며 22세 이순신의 모습을 말했다. 윤휴는 임진왜란 중 이순신을 “큰 체구에 용맹이 뛰어나고 붉은 수염에 담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순신 스스로 남긴 기록도 있다. “오랫동안 군영에 있으면서 터럭이 모두 세었으니 훗날 서로 마주해도 전날의 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청년 이순신은 키가 크고 당당한 체구의 호걸 모습이다. 반면 전쟁 기간 중 중년 이순신은 온갖 고뇌, 시련,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병치레로 몹시 상해 야위고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불패의 장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순신의 초췌한 얼굴은 중년 남자도 화장을 해야 하는 사회, 명품으로 치장을 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내면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은 오늘날 그 어떤 꽃중년 신사보다 낫다.

겉모습은 세월과 상황에 따라 바뀐다. 기품있게 변하는 사람도 있고, 이순신처럼 볼품없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시련 속에서 바르게 단련된 사람이라면 뿜어내는 인생의 향기는 같다. 인내와 지혜로 갈고 닦은 보석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관상을 바꿔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은 세상이지만 관상보다 마음을, 삶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 운명을 바꾸는 첫걸음이 아닐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시련을 이길 수 없다. 얼굴을 바꾸기보다 마음 가꾸기를 먼저 하자.

박종평(역사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