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 “인적 쇄신하라” 최후통첩… 사실상 李·朴 퇴진 거론

입력 2012-11-16 19:46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1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인적 쇄신을 포함한 즉각적인 당 혁신 실천을 요구한 것은 단일화 협상의 막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정치쇄신론을 다시 부각시켜 지지층을 결집하고 친노무현계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세력을 철저히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주장을 반박한 데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불편함도 드러냈다.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초심(初心)을 들고 나왔다. 그는 “어제 다시 출마선언문을 꺼내 읽었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지층 결집을 촉구하는 동시에 민주당을 향한 ‘쇄신 없이는 단일화도 없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읽힌다. 최근 안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정치쇄신론이 단일화 방식론에 묻혀 관심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고, 지지율마저 하락추세를 보이자 국면전환 카드로 정치쇄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이유와 책임 소재를 지지층에 좀 더 명확히 밝혀야 할 필요성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이 협상팀에 대한 인신공격과 ‘안철수 양보론’ 유포 등을 이유로 협상을 중단한 것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민주당의 인적 쇄신을 강하게 요구한 점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4·11 총선의 패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추가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내부의 혁신 논의와 관련해서 민주당 안경환 새정치위원회 위원장께서 당의 계파적 기득권 구조를 포함해서 당 개혁을 언급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제주 강연에서도 “계파 이익을 지키려다 총선을 그르친 분들의 책임”을 거론한 바 있다.

안 후보 발언은 친노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또 민주당에서 논의되다 수면 아래로 들어간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퇴진론도 거론한 셈이다.

안 후보가 친노계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은 문 후보 주변의 친노계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친노계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단일화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지역에서는 친노계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적지 않다. 최근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 퇴진론에 불을 지핀 것은 문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조직적 지원을 견제하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문 후보 선대위가 ‘전투 부대’라면,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일종의 ‘후방 보급부대’로서 전략과 함께 조직을 지원하는 성격이 짙다.

안 후보 측은 협상 중단 이유 중 하나로 민주당의 대대적인 조직 동원 의혹을 제기하는 등 조직력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