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어도 지갑 안연다… 3분기 소비성향 역대 최저
입력 2012-11-16 19:29
혼돈의 세계경제가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잠그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 가계소득이 전년 동기보다 6.3% 늘었지만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 상황 탓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3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평균 소비성향은 73.6%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해당 항목의 통계 생산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2분기(74.1%)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또다시 이를 경신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하락폭도 -3.9% 포인트에 이르며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정부의 보육료 지원 등으로 소비지출이 줄어들고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평균 소비성향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414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늘었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으로 따져도 4.6% 증가한 것이다. 가계는 늘어난 수입만큼 쓰기보다 아끼고 덜 쓰는 쪽을 택한 셈이다.
명목소비지출은 246만7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0% 증가했다. 하지만 실질지출로 따지면 0.7% 감소한 것이다. 소비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가 줄었던 2009년 1분기(-3.6%) 이후 가장 낮았다. 항목별로는 통신(7.7%), 가정용품·가사서비스(6.3%), 주거·수도·광열(5.6%) 등이 증가했고, 교육(-6.1%) 보건(-3.5%) 교통(-3.4%) 등은 감소했다. 스마트폰 확산과 늦은 더위로 인한 에어컨 구매 등이 해당 분야의 지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늘고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가계 흑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24.8% 늘어난 88만3000원을 기록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은 26.4%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흑자율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여력이 높아져 앞으로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