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 줄자 사회공헌비 ‘싹둑’… 4개 은행 최근 2년치 합쳐도 2009년의 40% 못 미쳐

입력 2012-11-16 19:24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핑계로 사회공헌비를 대폭 삭감하고 있다. 잘 나갈 땐 배당과 급여를 크게 올려 ‘돈 잔치’를 벌이는 은행이 수익이 줄자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쓸 돈을 가져다 손실을 메우는 셈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국민·하나·외환 등 시중은행 4곳의 올해 사회공헌활동비 예상액은 2317억원이다. 2009년 5946억원의 39.0% 수준이다. 이들 은행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사회공헌에 쓴 돈은 4500억원으로 2009년 한 해 금액의 75.7%에 불과했다. 올해 예상액까지 3년치를 합쳐도 7000억원이 안 될 만큼 은행들은 사회공헌에 인색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사회공헌활동비를 2009년 1765억원에서 2010년 699억원으로 60.4%나 삭감했고 지난해에는 578억원으로 또 깎았다. 올해 예상액은 6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조금 늘었지만 그동안 삭감한 금액을 감안하면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민은행도 2009년 1317억원에서 2010년 628억원으로 반 토막을 냈다. 지난해 858억원으로 230억원(36.6%) 늘렸지만 올해는 비슷한 850억원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 소속인 하나·외환은행은 올해 예상 사회공헌비가 두 곳을 합쳐 857억원밖에 안 된다. 1곳당 428억5000만원씩 쓴 셈이다. 이 금액은 지난해 881억원보다도 적다. 두 은행은 사회공헌비를 2009년 2864억원에서 2010년 856억원으로 70%나 깎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예상액을 아직도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은행은 2009년 1765억원이었던 사회공헌비를 2010년 947억원, 지난해 673억원으로 해마다 깎았다.

이들 은행 5곳의 사회공헌비는 2009년 7711억원에서 2010년 3130억원, 지난해 2990억원으로 해마다 삭감됐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 등 수익이 줄어 사회공헌비를 가장 먼저 줄였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