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계, 출점제한·자율휴무 합의 하루 만에 국회 지경위선 더 강화된 강제휴무안 통과

입력 2012-11-16 19:25

국회가 대형마트 영업 제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도를 넘었다”면서 유례없이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강화, 의무휴업일 확대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본회의로 넘겼다.

개정안은 영업시간 제한을 현재 자정∼오전 8시에서 오후 10시∼오전 10시로 4시간 확대했다. 매달 2일 이내인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하루 늘린다. 또 대규모 점포가 개설 등록을 신청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지자체장이 미진하다고 판단할 때 보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점포 개설 시 등록 신청 30일 전에 지자체장에게 입점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사전입점예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하나로마트가 농수산물 매출비율이 51% 이상일 경우 대규모 점포 규제에서 제외되는데 이 비율도 55%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유통업체들은 “출점 제한, 의무휴업 등에 대해 큰 합의를 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통업체들의 모임인 체인스토어협회는 새 개정안이 적용돼 영업시간 제한이 4시간 확대되고, 의무휴업일이 3일로 늘어나면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 감소액은 6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8600억원까지 합하면 8조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중 1조8900억원가량은 농축산물 분야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여 농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협회 측은 강조했다.

반면 개정안이 발효되면 골목상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을 통해 전통시장이나 영세상인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신중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분당에 사는 주부 한선영(36)씨는 “직장이 늦게 끝나는데 대형마트가 10시에 문을 닫으면 불편함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듣고 정책을 결정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모(40)씨는 “나의 불편함이 남의 생존권보다 우선하지는 않기 때문에 감내할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없이 대형마트만 누르는 식의 법안은 근시안적”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