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로 책임 떠넘기는 문재인과 안철수
입력 2012-11-16 18:40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공을 넘겼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에게 민주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하고, 당 혁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바로 만나 단일화 논의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선(先) 민주당 혁신, 후(後) 양자 회동’ 제안인 셈이다.
안 후보는 민주당이 어떻게 쇄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는 말과 “정치혁신은 선거과정에서 낡은 구조와 방식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전부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사퇴를 포함한 인적 쇄신, 그리고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및 조직 동원 방지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이해찬- 박지원 체제’는 출범 전부터 새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일리가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안 후보 주장은 군색해 보인다. 안 후보와 문 후보가 지난 6일 단일화 합의문을 내놓았을 때도 민주당은 ‘이해찬- 박지원 체제’였다. 그 당시에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이제 와서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민주당 쇄신을 요구하는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 향후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 차례나 사과의 뜻을 피력했던 문 후보는 더 이상 물러서선 안 된다고 판단한 듯 이례적으로 안 후보를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안 후보에게 과장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돼 판이 깨질 만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단이 협상 중단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표명한 총사퇴 의사도 반려했다. 여기에는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라는 등 마치 하대(下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두 후보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