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공간 ‘나는 카페’] 좀 느려도… 열정은 뜨거운 “우린 커피 프린스”

입력 2012-11-16 18:22


장애청년들, 카페 운영하다

“아름다운 카페 ‘나는 카페’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시평생학습관에서 ‘나는 카페’ 1호점 개소식이 열렸다. 경기도와 한국마사회가 함께하는 ‘꿈을 잡고(Job Go)’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된 장애청년 바리스타 교육과 사회적 기업 투자의 결과물인 ‘나는 카페’ 개점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저희 아들이 직업을 가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직업교육을 받아 바리스타가 됐고, 저는 카페의 매니저가 됐습니다.”

14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안산시 사동 안산시평생학습관 1층 한쪽에 마련된 커피전문점 ‘나는 카페’. 흰색 가운에 모자를 쓴 점원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얼핏 봐서는 분위기가 다른 카페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곧 주문을 받는 점원들의 말과 행동이 어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느 커피전문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서 1만원권 지폐 한 장을 건네자 점원이 손가락을 꼽으며 거스름돈 계산에 열중이다. 카페 매니저에게 거스름돈 액수가 맞는지 확인하고선 거스름돈을 내준다.

이곳은 장애청년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경기도와 한국마사회(KRA)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장애청년 일자리 프로젝트 ‘꿈을 잡고(Job Go)’의 결실로 문을 열었다. 장애인에게 일정기간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이수케 한 뒤 카페에 취업시키는 프로젝트다. 카페 이름 ‘나는’에는 장애청년들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돼 비상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아들과 함께 출퇴근하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카페 매니저 강순희(54)씨는 지금 생활이 행복하다. 강씨는 아들 김동진(26·발달장애 2급)씨와 함께 이곳에서 근무한다. 오전 9시 함께 출근해 오후 7시까지 종일 같이 일한다. 장애 정도가 같은 강미진(28·여)씨와 어머니 박영숙(58)씨도 함께 근무한다. 이곳에는 이들 외에도 같은 장애를 가진 이동환(24) 김정직(23) 김미정(26·여)씨가 함께 일한다. 파트타임 근무라서 고작 오전 4시간만 일하지만 이들의 생활은 온종일 이곳에서 이뤄진다.

강씨는 “장애인이 직업을 가진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아들의 취업과 관련한 그간의 절절한 사연을 털어놨다.

동진씨는 19세 때 장애특수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어려움과 좌절을 겪었고, 결국 취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동진씨는 고교 졸업 후 갈 곳이 없어졌다. 강씨는 아들을 복지관에 들여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대기자가 많아 몇 달이 걸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들을 그냥 둘 수 없어 취직자리를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려는 일념에 신발공장의 접착제 붙이는 작업장, 주사기 제조공장, 자동차부품 조립공장, 선물 포장업체, 전자부품 제조공장 등을 찾아다녔다.

노력은 허사가 됐다. 몇 개월에서 많게는 1년여까지 견습기간을 거쳤지만 정식 직원 취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들은 3∼6개월 수습을 받다가 잘리기 일쑤였다. ‘버티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은 좌절로 이어졌다.

그러던 차에 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 제안이 들어왔다. 안산지역 장애아 어머니들의 모임인 새누리부모회 안산지회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경기도와 마사회가 손잡고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바리스타 교육과 함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꿈에 부풀어 열성적으로 교육에 참여했다.

바리스타 교육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마사회가 마사회 안산지점 안에 마련한 장소에서 9명이 교육을 받았다. 동진씨를 포함한 5명이 마침내 지난 3일 장애청년 커피전문점 1호인 ‘나는 카페’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나머지 4명은 아직 교육 중이지만 취업할 마땅한 곳이 없는 상태다.

강씨도 아들을 위해 바리스타 전문자격 2급을 땄다. 장애청년들은 지속적으로 돌봐야 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강씨는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카페를 개업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카페 1호점이 끝이 아니라 2호, 3호점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이라며 동진씨와 함께 환하게 웃었다.

안산=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