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쉼터 홍보대사 김혜은 “명배우로 남고 싶지만, 쉼터소장 하라시면…”
입력 2012-11-16 18:13
탤런트 김혜은씨에겐 친구들이 참 많다. 드림파머스, 사랑나눔위캔, 한국남동발전, 희원극단, 국일출판사, 기아대책 관계자를 비롯해 전국 80여곳의 청소년쉼터 아이들까지….
그는 이달 8, 9, 11, 13일 서울 충정로 문화일보홀에서 ‘김혜은과 친구들’이라는 사랑나눔 초청행사를 열고 이들을 모두 초대했다. 쉼터 및 탈북 청소년, 장애인, 수험생 등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이 모처럼 뮤지컬 한편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도움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됐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행사 마지막날인 지난 13일 공연장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씨는 십자가 비즈공예 작품을 보여줬다. 고양열린청소년쉼터 아이들이 만든 것이라며 자랑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9월 종영한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 이 목걸이를 하고 출연했다. “다들 숨겨둔 명품으로 알더라”며 “다른 쉼터에 방문할 때 선물로 주려고 100개씩 주문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0년 7월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홍보대사로 임명되면서부터 정기적으로 쉼터를 방문하고 청소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의 쉼터를 중심으로 10여곳을 찾았다. 처음 방문할 땐 두려웠다고 한다. “소년원 갔다 온 애들도 있고요. 그런데 몇 번 가서 만나보니 아이들의 심성이 얼마나 고운지, 저 온다고 쿠키 만들어 놓고 기다려요. 인사성도 참 바르고요.”
그 역시도 아이들에게 작은 보답을 하고자 준비했다. 네일아트를 배워 쉼터의 여학생들을 즐겁게 해준 것. 그들의 손과 발을 예쁘게 꾸며주며 눈을 맞췄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쉼터에는 왕따를 당한 피해자, 가해자도 있었다. 가정폭력에 못 견뎌 가출한 청소년도 있고 가난 때문에 뛰쳐나온 아이도 있었다. 특히 어느 자매 이야기를 들려줄 땐 목소리를 높였다.
“친부에게 성폭력으로 고통받아온 자매를 만났습니다. 엄마는 가출했고, 동생이 먼저 집을 빠져나와 쉼터에서 지내다 언니를 데리고 온 거죠. 그런데 우리 애들이요, 그런 짐승만도 못한 사람을 아버지라고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들이 받은 상처, 어떻게 치료하죠.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김씨는 이들에게서 비전을 보았다고 한다. “쉼터에 들어온 애들은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친구들입니다. 꿈이 없던 아이들이 ‘쉼터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꿉니다. 아픔을 아는 아이들이 아파하는 또 다른 아이들을 돌봐주겠다는 겁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촉망받던 음악인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던 기상캐스터, 지금 김씨는 천상 배우의 모습이다. “솔직히 훌륭한 연기자로 남고 싶지만 하나님이 아프리카 수단으로 가라고 명하시더라도 가야지요. 또 쉼터 소장이 되라면 할 겁니다. 하나님이 주신 꿈을 따라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마음은 이렇게 먹었지만 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없을까. “그렇게 뒤 돌아서면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너를 그렇게 키웠느냐’라는.”
핸드백에서 두툼한 성경책을 꺼내 든 그는 “이렇게 성경책을 갖고 다니면서 그만두고 싶을 때, 불안하거나 울적할 때 바로 말씀을 꺼내 읽는다”며 “모든 답이 다 여기에 들어 있다”고 웃었다.
꼭 하고픈 말을 물었다.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선거권 없는 청소년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세상의 부모들, 아이들을 세심히 보아주세요. 그들이 올바른 꿈을 키우며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는 청소년쉼터의 홍보대사이지만 그런 상징성을 넘어 엄마의 마음으로 그들을 진심으로 염려하고 걱정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