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문 목회자’ 예온교회 김정식 목사 “요리는 사랑이고 나눔이다”

입력 2012-11-16 18:02


‘밥풀떼기’라는 별명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개그맨 출신 김정식 목사는 장애인 전문 목회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장애인 사역을 한 것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2007년 목사가 되기 이전부터 한 셈이다. 특히 전국의 중증장애인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시설 장애인들을 위해 남다른 헌신을 해왔다. 그가 장애인교회로 유명한 경기도 파주시 검산동 예온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것도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최근 ‘요리하는 목사’라는 또 다른 별칭을 얻었다. 그는 이달 초 음식을 통해 희망 레시피를 전하는 ‘사람이 별미입니다’(샘솟는 기쁨)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서 하나님을 믿고 난 이후 음식을 매개로 해 빚어진 다양한 나눔, 신앙, 사랑, 교제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식재료 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 모습을 책표지로 선택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스스로를 ‘손맛으로 사랑을 전하는 요리하는 목사’라고 했다.

“저는 음식을 나누고 무엇보다 밥을 나누는 일이 참 좋습니다. 함께 음식을 먹다 보면 가족이 되고 이웃이 되곤 하니까요. 그것이 사랑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예온교회에서 기자와 만난 김 목사는 밥을 짓고 음식을 나누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의 소명이 ‘나누는 삶’이라고 고백한 그는 음식을 나누는 배경을 어머니의 나눔 사랑에서 체득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스스로도 가난했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음식 퍼주시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어머니의 손맛이 제게 그대로 전수된 것 같습니다”

그의 독특한 신앙고백 방식인 음식나눔은 목회 철학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주일날 예온교회는 밥을 함께 나눈다. 밥은 배부름의 의미가 아니라 나눔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 자체로 사랑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온교회는 성도의 4분의 1 정도가 장애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장애 성도들을 특별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예배 가운데 하나남이 함께하셔서 기적을 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 김 목사가 책을 낸 것도 사실 장애인을 위한 사역을 확장하고 싶은 꿈 때문이다. 그래서 책 내용도 크리스천은 물론 믿지 않는 이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꾸몄다. 새신자를 위한 전도용으로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는 것이 김 목사의 소망이다. 수익금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 제작을 작정하고 있다.

그는 무척 욕심이 많고 바쁜 사람이다. 그러나 초점은 늘 장애인 사역에 모아져 있다. 현재 장애인 인터넷방송인 ‘사랑의 소리’ 본부장을 맡으면서 한편으로는 장애 청소년들에게 음악 미술 영상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인 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현재 서울기독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에 있다.

김 목사는 장애인 사역에 관심을 갖는 것이 “소명이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삶이었다”고 털어놨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애인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을 혼내주기 일쑤였고, 고교 때는 부평의 한센인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오직 도울 수 있고, 긍휼을 베풀 수 있는 건 하나님 한 분뿐”이라며 “그분은 우리를 구분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조금 다른 것 가지고 구분하고 있다”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안타까워했다.

인터뷰를 마친 김 목사는 교회 앞에 붕어빵 포장마차를 세우기 위해 서둘러 나갔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운영할 예정이다. 성도가 만든 붕어빵을 시식하는 김 목사의 미소에 넉넉한 사랑과 희망이 묻어나왔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