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그래 그래 괜찮아”
입력 2012-11-16 18:06
같은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내 심정이 그의 심정과 같고 그의 심정이 내 심정과 같기에 연민이 생긴다. 그래서 자조(self-help, 自助) 모임을 통한 심리치유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구성원들은 동료집단의 공감과 지지 그리고 격려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치유한다.
이런 경험은 자조 모임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몇 해 전 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친구는 수술 후 6시간 동안 잠을 자면 안 된다는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마취에서 깨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육체는 고통과 몽롱함으로 깊은 터널 같은 수면 속으로 자꾸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1주일 전 같은 병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한 환우가 침상으로 다가왔다. “이봐요, 이렇게 크게 숨을 쉬어 봐요. 하나, 둘, 셋…그래요, 잘했어요.” 그러자 다른 환우들도 “지금이 가장 힘들 때예요. 이 고비만 넘기면 돼요.” “힘을 내요. 별거 아니에요. 나를 보고 용기를 내봐요.” 그들의 입술에서 나오는 격려와 용기의 말은 넘어졌던 릴레이 선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응원가였다. 친구는 힘을 얻어 어려운 고비를 가뿐하게 넘길 수 있었다.
우리에겐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또 우린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에게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잘했어” “너도 할 수 있어” “그래 그래 괜찮아”라는 언어는 ‘삶의 응원가’이며 영혼에 힘을 실어주는 ‘천국의 언어’이다. 혼자서 수백 번 “괜찮아”라고 되뇌어도 벗어날 수 없던 고민이 누군가 “괜찮아”라고 말해 줄 때 일시에 사라지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는가. 우린 대부분 자신이 어떤 측면에서 잘못하고 있는지 안다. 단지 자기 생각과 감정에 충분히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 줄 ‘사심 없는’ 지지자가 필요할 뿐이다.
무슨 말을 해도 웃어주고 울어주며 경청해주는 곳, 그런 공동체 속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직장과 가정이 바로 그런 공동체가 된다면 날마다 행복할 것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