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 “이대론 대선 패배…손해볼 줄 알면서도 협상 중단”

입력 2012-11-16 00:27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15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단일화 협상 중단은 우리가 손해 볼 것을 알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여론조사 결과에만 연연하고 했다면 협상을 중단하는 결정을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손해 볼 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단일화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대선에서 패배한다는 위기감, 절박감 때문에 그랬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중단됐는데.

“단일화 과정에서 상대를 파트너라기보다 순전히 경쟁자로만 인식하면 여러 가지 무리하게 진행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에 한쪽 지지자의 마음이 떠날 수 있다. 그러면 야권 단일 후보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 새 정치 선언도 예정돼 있지만 말로만 하기보다 실제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정치 현장에서 그 모습들을 보여주면 국민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어서 이렇게 중단돼 안타깝다.”

-가장 실망스러운 게 무엇인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나에 대한 지지가 1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명감 때문에 내가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단일화 협상 중에 새로운 정치의 모습,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이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협상 중단은 누가 결정했나.

“어제 협상에 갔던 사람들과 같이 상황 파악을 하고 많이 논의했다. 같이 결정하게 됐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는 통화했나.

“전화하면서 말씀을 드려보니까, 지난주에 둘이서 7개항 합의를 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합의에 반하는 일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좀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여러 경로를 통해 문 후보께 전달하라고 했는데, 문 후보가 그 부분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선 중요한 것은 사태를 후보가 직접 파악하고 거기에 따라서 적절하게 조치하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다.”

-무슨 조치인가.

“문 후보가 판단하고 민주당에서 조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행동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문 후보가 직접 사과 발언을 한 것은 최고 수준의 행위인데 그것으로 부족한가.

“문 후보 사과의 진정성은 믿는다. 그렇지만 문 후보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다시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어떤 행동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행동이나 조치가 없으면 단일화 협상은 재개될 가능성이 없나.

“새 정치를 하자는 관점에서 그런 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지난 6일 회동에서 단일화 시한을 왜 후보 등록일(25~26일) 전으로 못 박았나.

“시한 제안은 내가 준비해 가서 문 후보께 말씀 드렸다. 내가 회사 사장도 오래 하다 보니까 시한 정하는 것과 아닌 게 굉장한 차이가 있더라. 그래서 기왕 합의하는 것 시한 정하기로 했다.”

-단일화를 등록일을 넘겨서 할 수도 있나.

“일단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고민해 보겠다.”

-조직이 없어 힘들 텐데.

“알고 시작했다. 그런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는 것을 보더라도 민심이 조직을 이겼지 않았느냐. 그 경향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

-본인의 이념은 보수·중도·진보 중 어느 쪽인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장례식장에 다녀오면서 내가 산업화에 공헌하신 분과 민주화에 공헌하신 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 TV 프로그램에서 내 이념에 대해 ‘상식파’라고 한 적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비상식적인 일들이 우선 안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상식을 회복하면 그 다음에 우리가 좀더 고급스럽게 이념 논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거기까지 진도가 안 나갔다.

-단일화의 방법이 이젠 여론조사 아니면 담판인데.

“글쎄 그저께 이 모임이 열렸으면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는데, 지금은 방법론 말씀드릴 때가 아닌 것 같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