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번호판에 ‘한국 명예 영사’ 표기… ‘한국 파는’ 켈리 때문에 외교부 곤혹

입력 2012-11-16 00:58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질 켈리(37)로 인해 한국 대사관 등 미국 주재 공관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켈리가 사건 발생 이후 ‘한국 명예영사(honorary consul)’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미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다. ABC방송 등은 13일(현지시간) 켈리가 한국의 명예영사라는 점을 승용차 번호판에 표기하고 911에 전화를 걸어 외교관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특히 CNN방송에 출연한 한 논평자는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과 켈리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가 한국으로 유출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명예영사는 국내 기업의 진출과 교민 보호 등을 도와줄 수 있거나 한국에 호감을 갖는 해당 지역의 인사로, 말 그대로 비공식 명예직”이라며 “정부의 위임을 받은 공식 채널처럼 생각하는 이런 보도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10월 미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기까지 당시 한덕수 주미대사 등 관계자들이 40개 주 이상을 순회하며 지역여론 조성 작업을 했었다”면서 “당시 도움을 줬던 미국인과 교민들에 대해 협정 체결 후 표창도 하고 연락망을 구축했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이미 무역협회장으로 내정됐던 한 대사는 플로리다주를 관할하는 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측에 켈리를 명예영사로 위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켈리가 명예영사로 정식 임명된 것은 8월 3일이었다.

이처럼 임명이 늦어진 것은 미 국무부의 문제제기 때문이었다. 켈리는 미국인인 만큼 한국의 명예영사가 되려면 국무부의 동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국무부 측은 이미 플로리다주에 한국의 명예총영사인 버턴 랜디씨가 있는 상황에서 또 켈리를 명예영사로 할 이유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주미 대사관은 켈리가 명예영사로서 ‘관할’하는 지역을 플로리다주 중에서도 탬파 지역으로 국한하는 조건으로 국무부의 동의를 얻어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미 국무부가 반대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고 다만 지역 관할에 대한 조정을 요청해와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임명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플로리다의 온라인 매체 TBO닷컴에 따르면 켈리는 지난 8월 한국에서 추진되는 에너지 사업 계약을 주선해 주겠다며 미국 에너지 기업 ‘트랜스게스’를 운영하는 애덤 빅터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는 빅터에게 “한국의 석탄가스화 프로젝트 사업에 무입찰로 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빅터는 “켈리가 수수료로 8000만 달러를 요구한 데 의심이 가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이성규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