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安 “깊은 실망”→ 文 “정말 죄송”→ 安 “실망시키지 않겠다”

입력 2012-11-16 00:26


사과와 실망… 공방의 재구성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측에 의해 단일화 룰 협상이 중단된 14~15일 이틀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전에 없이 많은 말을 했다.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때 기자들에게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그로선 매우 이례적이다. 모두 안 후보에게 “화 좀 풀라”고 하는 얘기였다.

안 후보 측이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 1시간 만인 14일 오후 4시30분쯤 문 후보는 부산 서면거리에서 기자들에게 “뭔가 오해가 있었다면 빨리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였다. 문 후보는 오후 6시 부산 선대위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 등과 통화하며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경수 수행팀장은 실시간 올라오는 인터넷 뉴스를 문 후보에게 전했다. 일정이 모두 끝난 시각은 오후 9시30분. 문 후보는 숙소인 롯데호텔 방에 혼자 들어갔다고 한다. 생각을 정리한 뒤 10시쯤 휴대전화를 들었다. 서울에 있는 안 후보가 받았고 둘만의 대화가 이뤄졌다.

문 후보는 15일 아침 눈 뜨자마자 안 후보에게 다시 전화했다. 안 후보와 통화를 마친 뒤 7시30분쯤 숙소에서 나와 첫 일정 장소로 향했다. 기자들과 만난 것은 오전 9시50분이었고 그는 이 자리에서 안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앞서 안 후보와 가진 두 차례 통화에서도 이미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이틀에 걸쳐 문 후보의 사과 전화를 받았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평소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만나면 환하게 웃으며 반기던 그가 15일 오전 10시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로 들어설 땐 잔뜩 굳어 있었다. 50분쯤 후 예정돼 있던 광주MBC 인터뷰 직전 기자들과 다시 마주친 안 후보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문 후보님의 발언(사과)에 대해 말한다기보다 그냥 제 심정은 깊은 실망을 느꼈다”고 했다.

안 후보의 ‘깊은 실망’ 소식은 곧바로 문 후보에게 전해졌다. 문 후보는 오후 1시30분 경남 창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위를 높여 한번 더 사과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안 후보 측에 불쾌감을 주거나 잘못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드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안 후보에게 전화를 드려 약속도 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테니 이제 화를 푸시고 단일화 협상장으로 돌아와 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마치 화가 잔뜩 난 애인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쓰는 듯했다.

문 후보의 사과에도 별 말 않던 안 후보는 오후 7시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에서 “사과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며 민주당의 구체적인 행동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문 후보님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가 있다. 조치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