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명 울린 LIG 오너 3父子 법정 선다… 2200억대 CP 사기발행

입력 2012-11-15 19:29

2200억원대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LIG그룹 총수 3부자가 전원 법정에 서게 됐다. LIG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사수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이미 포기했던 LIG건설의 부실 상황을 은폐하고 CP를 대량 남발해 투자자 1000여명을 울렸다. 검찰은 이를 “금융시장에 대한 폭탄 투척 행위”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는 그룹 최대주주이자 구자원(77)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42) LIG넥스원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구 회장과 차남 구본엽(40) 전 LIG건설 부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임원 4명도 함께 기소됐다.

LIG그룹은 2006년 건영(LIG건설)을 인수한 뒤 대출금 상환을 위해 오너 일가 소유의 LIG손해보험 주식 전부와 LIG넥스원 주식 25%를 담보로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LIG건설이 지급 불능 상태가 되면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LIG건설이 부도나면 오너의 그룹 지배권이 상실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LIG건설은 2010년 9월 직원 월급을 줄 돈도 모자라는 회복불능 상태가 됐고, 구 회장 등은 LIG건설 포기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LIG그룹은 담보 주식을 회수할 때까지 LIG건설을 연명시킨다는 ‘탈출 계획’을 수립했다. CP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 모으고, 그래도 부족하면 계열사로부터 단기 자금 지원을 받는다는 식이었다. 사업이 중단된 건설 사업장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발행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그룹이 LIG건설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LIG그룹은 결국 자금을 마련해 탈출 준비가 끝난 당일인 지난해 3월 21일 전격 회생절차 신청을 냈다. CP 1894억원, ABCP 287억원은 휴지 조각이 됐다. 이들은 CP 발행을 위한 투자등급 요건을 갖추기 위해 2009년 이후 15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기도 했다.

구 회장 일가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률 자문까지 받아가며 2009년 말부터 결재 서류에 일체 서명을 안 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이사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또 법정관리 신청 직후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검찰엔 조작한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LIG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상실을 막기 위해 ‘기획, 조작, 시장 기망’ 등 3중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IG그룹 측은 “향후 법정에서 한 치의 의혹 없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