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인들 “우리에게도 추수감사 기쁨을!” 십자가선교회 회원들 300여명 초청 감사예배
입력 2012-11-15 21:17
예년보다 일찍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닥친 15일,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을 위한’ 추수감사예배가 열렸다. 십자가선교회(대표 이재민 목사) 회원들은 추위와 삶에 지친 300여명의 노숙인에게 예수님의 몸과 피를 의미하는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며 성찬을 거행했다.
자신들의 죄와 허물 때문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설교를 들은 노숙인 중에는 이따금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노숙인 4명에겐 세례도 베풀었다. 회원들은 예배처소 바로 옆에서 이·미용 봉사도 했다.
1년 넘게 노숙생활을 해온 김모(52)씨는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임을 처음 알았다”면서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세례를 받은 임모(45)씨는 “평소 왜 나만 힘들게 살아야 하느냐고 불평해온 게 부끄럽다”면서 “세례를 받았으니 술도 끊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20여명 봉사자들의 기쁨도 컸다. 단감과 바나나, 귤을 선물로 나눠준 봉사자 조세형(74·서울 동명교회)씨는 “노숙인을 접대하며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고 마음이 뿌듯하다”고 간증했다.
예배는 찬양사역자 고명서 서성은 집사, 김창인 신인숙 진근제 전도사와 함께하는 찬양무대로 이어지며 열기를 더했다. 홀리클럽 고문 김홍석 목사는 설교를 통해 “누구나 시련을 겪게 마련”이라며 “고난 뒤에 예수 믿고 천국 가는 큰 복을 받자”고 말했다. 조준호 명동예수사랑교회 목사는 “예수님과 함께하면 능치 못함이 없다”며 축도로 이들을 격려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십자가선교회는 매주 목요일 서울역 광장에 세워지는 ‘거리의 천막교회’다. 서울 합정동에서 평범하게 목회를 하던 이재민(54) 목사가 노숙인에게 복음으로 새 삶을 찾아주기 위해 한두 명씩 설득해 2007년부터 천막예배를 드린 것이 매주 200∼300명이 모이는 규모로 성장했다. 설교는 주로 예수사랑과 천국소망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이다. 노숙인들이 예수님을 알게 돼 변화되는 것이 교회의 가장 큰 보람이다.
처음에는 예배운영이 쉽지 않았다. 예배 중에 “빨리 끝내라” “설교가 길다”는 등 아우성이 터져 나오곤 했다. 술에 취해 시비 거는 노숙인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질서가 잡혔다. 예배시간에 불평이나 불만을 하는 이들보다 “아멘”으로 화답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그동안 200여명이 세례와 영접기도를 하고 착실히 신앙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노숙인들이 어렵게 낸 헌금은 필리핀 선교와 개척교회 돕기에 쓰여진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꿋꿋이 사역하는 이 목사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노숙인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노숙인 영성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그는 “노숙인을 돌보고 천국으로 인도하는 생명의 동아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011-250-5811·cafe.daum.net/cross7000).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