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직불제 2013년 시행 사실상 무산… FTA 피해 어민 달래기 헛수고
입력 2012-11-15 19:23
지난해 한·미 FTA 비준과정에서 여·야·정 합의로 약속했던 ‘수산직불제’ 내년 시행이 사실상 무산됐다. ‘푼돈’을 쥐어주며 FTA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어민들의 마음을 달래려던 계획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다. 향후 한·중 FTA 등 추가 협정 체결을 앞두고 농어민을 설득해야 할 정치권과 정부로서는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5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당초 합의대로 내년부터 수산직불제 본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산직불제는 육지로부터 8㎞ 이상 떨어진 어촌마을의 2만7000여 어업가구에 연간 5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상대적으로 조건이 불리한 낙도 주민들의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고 보고 금전 지원을 계획한 것이다.
여·야·정은 지난해 10월 31일 한·미 FTA 농어업 피해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부터 본사업을 시행한다고 약속했다. 여·야·정 합의 이후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박재완 장관이 언론 브리핑에 나서 2013년 본사업 시행을 재차 확인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예산 18억원을 들여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어 내년 본사업 진행을 위해 110억여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재부는 “집행할 수 없는 예산을 반영하는 것은 예산 당국의 직무유기”라며 농식품부에 화살을 돌렸다. 지원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책정해 놓게 되면 결국 쓰이지 않는 ‘불용 예산’이 되고 예산 지원이 필요한 다른 농어촌 분야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1년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실제로 돈을 받아야 할 대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제 어업종사자를 파악하기 위해선 ‘어업 경영체 등록제도’가 먼저 실시돼야 한다”며 “내년엔 해당 예산이 반영돼 내년 중에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장 내년부터는 ‘푼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어민들은 배신당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국회 농식품위는 올해 시범사업 예산안인 18억원에 추가로 11억원을 늘려 시범사업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지급대상도 소폭 확대하는 것으로 정부 예산안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것도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