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세대 지도부 출범] ‘상왕 정치’ 나쁜 선례 깨… 상무위원회 몸집도 감량
입력 2012-11-15 21:54
새로 모습을 드러낸 중국 ‘5세대 지도부’와 4세대와의 두드러진 차이는 두 가지다.
후진타오 전 총서기가 군권(중앙군사위 주석)까지 신임 총서기 시진핑에게 이양했다는 것과 상무위원회가 9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새 최고 지도부가 과거보다 추진력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후진타오의 용퇴는 그동안 ‘상왕 정치’를 해온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게 동반 퇴진을 강요한 측면이 강하다. 이에 따라 선거를 통하지 않고 권력 교체를 해온 중국 정계 특성상 그동안 뿌리 내려온 원로들의 정치 개입이 약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후진타오 군권 이양 의미=후진타오가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깨끗이 이양한 것은 자신이 ‘사심 없는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장쩌민이 2002년 16기 1중전회에서 자신에게 총서기직을 물려주면서 군권은 틀어쥐고 있었던 ‘나쁜 선례’를 깬 것이다.
후진타오의 ‘용단’은 장쩌민보다 군 장악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대의명분을 중시하면서 정치적 실익을 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는 5년 전 17차 당 대회 때 태자당의 리더 쩡칭훙(曾慶紅)이 활용했던 계책과 비슷하다. 상무위원이던 쩡칭훙은 연임이 가능한 데도 신진 정치인에게 길을 터주겠다면서 용퇴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킹 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중앙위원이었던 시진핑이 정치국 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무위원으로 올라가 차기 최고지도자를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후진타오가 군권까지 물려주긴 했지만 그의 영향력이 곧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왕위카이 중국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새 지도자들이 원로들의 의견을 구할 때 여전히 후진타오의 견해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위원 7인 체제 복귀=중국의 상무위원 수는 계속 바뀌었다. 장쩌민 집권 동안에는 종전 5명에서 7명으로 늘었고 후진타오 체제에서는 9명으로 증원됐다.
이는 권력 핵심인사들이 자신이 이끄는 파벌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됐다. 장쩌민의 경우 퇴임 후에도 후진타오를 견제할 목적으로 상무위원 수를 9명으로 늘려 자신이 이끄는 상하이방 세력을 포진시켰다.
새로 상무위에 진입한 인사들을 계파별로 보면 장더장은 장쩌민이 이끄는 상하이방, 위정성은 태자당, 류윈산은 공청단으로 출발했지만 상하이방으로 각각 분류된다. 왕치산은 태자당, 장가오리는 상하이방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방과 태자당 연합세력의 완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 면에서 후진타오가 패하고 장쩌민이 이겼다는 평이다.
◇상무위원들 어떤 자리로 가나=신임 상무위원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왕치산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통’으로 이번에 상무부총리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그러나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정리된 것은 리커창과의 ‘업무 충돌’ 우려 때문이었다. 즉 리커창이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경제전문가가 같은 분야를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장가오리가 부총리를 맡게 됐다.
류윈산은 중앙서기처 서기로 정해졌지만 내년 3월 전인대를 거쳐 국가 부주석을 겸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정성의 경우 막판까지 리위안차오 중앙조직부장과 경합하다 힘들게 막차를 탔다.
장더장과 위정성은 각각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 자리에 앉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 리커창 외 5명 상무위원의 보직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