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공화당,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 놓고 정면충돌
입력 2012-11-15 19:08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약 일주일 만에 정면충돌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국무부 장관 기용 가능성을 놓고서다. 대선 이후의 ‘허니문’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재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만약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차라리 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해 공화당 측에서 라이스 대사를 공격하고 있는 것을 반박한 것이다.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 등 다른 이슈를 언급할 때의 유연하던 태도와 달리 화난 표정이 역력했다. 오바마는 “라이스 대사는 모범적으로 일했다”면서 “그는 벵가지 사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옹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공화당의 존 매케인, 린지 그래함 상원의원은 만일 대통령이 라이스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후임으로 지명할 경우 자신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클린턴 장관 후임으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유력했으나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라이스 대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측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벵가지에서 리비아 주재 미 대사 등이 피살된 지 5일 후 라이스 대사가 일요일 아침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해 이 사건은 테러 행위가 아니라 미국에서 제작된 반무슬림 영화에 대한 자연발생적인 반응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얼마 안 가 계획된 테러 행위로 드러났다.
대통령의 반박에 공화당 의원들은 재반박으로 맞섰다. 그래함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 나는 당신이 벵가지 사태의 전 과정에서 총사령관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신에게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리라고 잠시라도 생각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내각 임명에 대해 상원은 인준해주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혼외정사 및 CIA의 벵가지 사태 대응에 대해 공화당이 단단히 벼르는 와중에 라이스 국무장관 카드를 밀어붙이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라이스 국무장관의 인준을 상원에 요청할 경우 공화당은 필리버스터(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 등을 통해 충분히 이를 제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전문지 힐은 “라이스 국무장관은 위험한 선택”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에는 철회할 수밖에 없는 카드를 고집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