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2월 16일 총선 선언… 공중분해 위기 민주당 패닉

입력 2012-11-15 19:08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16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16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집권 민주당이었다.

노다 총리가 전날 오후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와 국회에서 토론한 뒤 “16일 해산에 합의했다”고 밝히자 의사당을 지키고 있던 의원들 사이에서 “오”라는 감탄사가 들려왔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고시이시 아즈마 민주당 간사장은 노다 총리와 전화통화한 뒤 “의회 해산 권한은 총리에게 있기 때문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배어 있었다. 한 당 간부는 “최악의 지지율 속에서도 총리를 지지해 왔는데 너무하다”고 분노했다.

가노 미치히코 전 농림수산상은 긴급히 자기 계파 의원들을 불러 심야 회의를 열었다. 노다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기 전에 먼저 의원 총회를 열어 총리를 해임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15일에도 의총을 열지 않았다. 사실상 의회 해산을 수용한 것이다.

대신 “선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오자와 사키히토 전 환경상은 14일 일본유신회와 접촉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도 탈당을 검토 중이다. 원전 반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녹색 바람’이라는 환경주의 신당 창당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2009년 총선 당시 집권에 급급해 진보에서 우익까지 다양한 성향의 정치인들로 급조됐다. 정체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지지도까지 바닥을 치자 당의 공중분해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혼란 속에서 각 정당은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300개 소선거구 후보를 대부분 결정하고 홍보 광고를 TV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노다 총리는 광고에 안 보인다. 김숙현 도호쿠대 교수는 “일본 국민은 강한 정부를 갈구하고 있다”며 “민주당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제1야당 자민당도 공조 관계에 있는 공명당 관련 지역을 뺀 276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확정했다. 아베 총재는 이미 차기 총리를 예약했다는 평가다.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는 “자민당과 민주당 보수파(탈당파)의 보수 연합 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태풍의 눈’이 될 오사카유신회는 17일 1차 공천 결과를 발표한다. 유신회의 목표는 200명 당선.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태양의 당과도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반(反)증세·탈(脫)원전의 깃발을 든 오자와 이치로의 국민생활제일당도 제3당을 목표로 세 불리기에 나섰다.

정치권이 선거 바람에 휩쓸리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 여부를 명확히 할 ‘중기 에너지 기본정책’의 수정을 미뤘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도 기약이 없어졌다.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도 공중에 떴다. 15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도 불과 몇 시간 전 일정을 연기했다. 몽골에서 시작된 북한과의 국장급 회담도 공전될 상황이다.

일본 금융시장에선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닛케이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90% 급등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토픽스 지수도 2.09% 올랐다. 집권 가능성이 큰 자민당이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과 금융완화, 엔고 저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재는 이날 “일본은행의 정책금리를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하는 무제한 금융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