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불황에 인사 칼바람 부나
입력 2012-11-15 18:49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폭풍전야’의 상황에 빠졌다. 유례없는 불황이 몰아치면서 인사설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부진에 따른 책임론 내지는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는 롯데는 그룹의 무게중심이 신동빈 회장으로 이동한 만큼 이와 관련한 후속 인사가 어느 정도 있을지가 관심사다. 올해 큰 폭의 교체가 있어 내년에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불황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올해로 취임 2년째를 맞은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제 목소리를 본격 낼지, 오랜 경쟁 구도를 형성해 온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과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의 이동 여부 등도 관심사다. 롯데 관계자는 “인사 시기가 연말이 아닌 내년 2월쯤이고 올해 대규모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라며 “그룹 분위기도 한두 해 실적으로 경질하는 풍토가 아니어서 조금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세계도 정용진 부회장이 2010년 총괄대표 부회장으로 승진해 올해 추가적인 이동은 없다는 게 대체적 기류다. 다만 3년 임기를 마치는 주요 임원들의 거취는 미지수다. 오래전부터 퇴진 의사를 밝혀 온 구학서 회장이 이번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날지 주목된다. 전문경영인의 모범으로 꼽히는 그의 흔적이 신세계 곳곳에 스며 있기 때문에 본인과 신세계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 부회장 체제가 공고해질 때까지 구 회장의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다.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최병렬 이마트 대표도 3년 임기를 마친다. 그룹의 양대 축인 두 곳의 대표가 교체된다면 다른 계열사의 연쇄 이동도 예상된다.
다른 기업들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사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서식품, 한국야쿠르트, 하이트진로, 삼양식품, 농심 등 2세로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 속에 연말인사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