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불리 따지지 않겠다는 약속 벌써 잊었나

입력 2012-11-15 21:05

文·安, ‘내가 야권 단일후보 돼야 한다’는 집착 버려야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삐걱거리고 있다. 그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벌이던 중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어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전화 통화를 했으나 타협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안 후보 측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이른바 ‘안철수 양보설’의 조직적인 유포다. 문 후보 측에서 당 조직을 동원해 “안 후보가 조만간 단일후보를 양보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 캠프에는 사실 여부를 묻는 등 항의성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안 후보 측은 이를 진두지휘한 인사로 문 후보 캠프 내 특정 인사를 지목했다. 또 민주당이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에 필히 응대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한 점, 안 후보 측 협상팀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새누리당 전력을 비난한 점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사과와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안 후보는 “깊은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몸을 낮추고 있다. 문 후보부터 “혹여 우리 캠프 사람들이 저쪽(안 후보 측)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한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 후보 측은 협상 재개를 위해 조만간 안 후보 측 요구사항들을 수용할 태세다.

이번 갈등이 단일화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아 보인다. 양 진영 모두 단일화가 무산되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 요원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화 시한을 10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집착을 양 진영이 노골화한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민주당이 시·도당을 비롯해 조직 총동원령을 내린 것은 정당으로서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안철수 양보론’ 유포는 과했다. 단일화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읽을 수 있다. 안 후보 측이 발끈한 데에도 민주당 조직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안 후보에게 유리한 단일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양 진영 앞에는 단일화의 룰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공동정부는 어떻게 운영할지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언제든지 이번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대립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권력싸움이라는 인상을 심어줘 단일후보가 탄생해도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단일화 게임에서 이긴 쪽과 패한 쪽 지지자들 간 화학적 결합도 힘들어질 것이다.

두 후보는 지난 6일 배석자 없이 이뤄진 첫 회동에서 ‘단일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두 후보가 벌써 이 약속을 잊은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