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9세 소년이 제안한 나무 심기 운동 세계적 물결 되다
입력 2012-11-15 18:23
이제 우리가 지구를 구해요/펠릭스와 친구들/노란상상
2007년 겨울, 독일 남부 아우그스부르크의 한 초등학교. 9세 소년 펠릭스 핑크바이너는 학교 과제를 발표했다. 온실가스가 뭔지, 왜 어떻게 대기 온도가 올라가 지구가 뜨거워지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온실가스를 삼켜서 저장해 준다며 나무 심기를 제안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백만 그루씩 나무를 심자! 그럼 반드시 뭔가 달라질 거야.”
어린이환경운동인 ‘나무를 심자, 지구를 위해(Plant-for-the Planet)’의 탄생은 이렇게 작은 사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현재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공식 후원을 받는 국제적 네트워크 운동으로 성장했다. 성격이 비슷한 어른들의 환경운동인 ‘10억 그루 나무 심기 운동(Billion Tree Campaign)’과 연대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케냐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가 이 운동의 주창자이다.
전 세계 70곳이 넘는 나라에서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이 운동에 동참해 기후정의홍보대사로 활약하고 있다. 덕분에 지구촌 곳곳에 지금까지 약 126억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이 책은 지구 환경 보호에 어린이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여 성공을 거둔 놀라운 사례를 흥미 있는 방식으로 소개한다. 풍부한 도판과 사례가 현장감이 넘치고 친구에게 들려주는 듯한 문체는 정답다.
“나무는 세계의 허파야! 지구에 나무가 없으면 다른 생명도 없어.”
“선생님과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하는 어린이 운동은 아예 안 생겼을지도 몰라.”
어른에게 맡길 수 없어 아이들이 나섰지만 이렇듯 거창한 운동으로 커지기까지 동참의 중요성을 책은 강조한다. 그래서 기후정의홍보대사로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어떻게 활동하는지, 또 나무 심기 파티라고 명명한 나무심기운동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소개된다.
“나무를 심을 땐 시에서 제공하는 땅을 이용해야 해. 나는 친구들과 베를린 변두리의 팡코브에 어린이 숲을 만드는 중이야. 맨 처음엔 산림청이 우리한테 나무 심을 땅을 정해주었어. 그래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숲 전문가 아저씨에게 그 땅에 맞는 나무가 뭔지, 어떤 계절, 어떤 날씨에 심어야 하는지 여쭤봤어. 시간을 정하고 나서 나무 심기 파티가 있다고 열심히 홍보했어.”(막스라는 독일의 12세 소년).
요리할 때 냄비 뚜껑을 덮고, 가스레인지에서 떨어진 곳에 냉장고를 설치하는 등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온난화 방지를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전해준다. ‘기후보호밥상’이라는 용어는 그래서 흥미롭다. 유기농은 인간의 신체 건강을 위한 것으로 대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유기농 버터를 사면 그렇지 않은 버터보다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며 유기농 제품 이용이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작은 걸음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김시형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