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공사로 몸살앓는 파키스탄 카라코람 고개… EBS ‘하나뿐인 지구’

입력 2012-11-15 20:27


하나뿐인 지구(EBS·밤 11시 10분)

‘파키스탄, 카라코람의 경고’편. 카라코람 고개는 실크로드의 한 갈래로 동서교역의 통로였다. 1966년 파키스탄과 중국은 이 카라코람 옛길을 중심으로 1200㎞에 달하는 카라코람 고속도로 건설에 나서 10년 만에 완공한다. 워낙 험준한 곳에 난 길이다보니 급경사지가 무너져 고속도로가 차단되기 일쑤였다.

2010년 1월 4일. 카라코람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굴미트 마을이 파묻히고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마을은 호수가 됐고 70여 가구가 이재민이 됐다. 농사지을 땅도 잃어버린 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구호물자로 이기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고속도로를 확장시키기 위한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촬영 팀이 장수촌으로 유명한 훈자 마을로 향하던 중에도 작은 산사태로 길이 막혔다. 고속도로 건설 후 이런 일은 비번하다.

가까스로 훈자 마을에 도착한 제작진. 한데 산사태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아름다운 옛 모습을 잃었다. 훈자의 상징인 과일나무와 설산이 어우러졌던 풍경은 생채기처럼 드러난 산사태 흔적에 흉물스럽게 변했다. 호수가 생긴 후로 식생환경도 변해 채소와 과일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는 전통도 급격히 와해시켰다. 대대손손 대장장이로 살아온 카림은 고속도로를 타고 들어온 값싼 농기구 때문에 손을 놓게 됐다. 가격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계곡을 폭파시키는 현장을 응시하는 촌로의 어두운 얼굴을 담았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