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차입 7조 혈세로 메울판… 밑빠진 저축은행에 22조원 쏟아부어

입력 2012-11-15 22:01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부실 저축은행 살리기에 쏟아 부은 자금 중 7조원이 상환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실 저축은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보의 저축은행 특별계정 차입금(15조원)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결국 금융 당국의 관리 부실로 공적자금 등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야 할 형편이다.

15일 예보의 2012년도 제8차 이사회(9월 18일) 회의록에 따르면 예보 기금관리부장은 특별계정의 자본잠식 상황을 묻는 이사진의 질문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자본잠식은 그동안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모두 22조원의 자금이 소요되고 그 가운데 15조원에 대해서는 상환 대책이 수립돼 있지만 나머지 7조원은 상환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환 계획에 대해 “15조원은 2026년까지 발생하는 보험료 수입 등으로 상환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수반돼야 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적자금 등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예보의 저축은행 특별계정은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5000만원까지 예금을 지급해주기 위해 사용되는 자금으로 지난해 4월 만들어졌다. 특별계정은 15년간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업권별로 납입하는 연간 보험료를 이용해 15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하지만 대규모 저축은행 구조조정 탓에 특별계정은 지난달 말까지 15조원을 훌쩍 넘긴 22조5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동안 급한 대로 예금보험기금 채권 발행 등으로 돈을 마련해 저축은행을 지원했지만 이에 대한 상환 대책이 전혀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예상보다 많은 돈이 투입되자 금융 당국과 예보는 특별계정 운용 기한을 2026년에서 2031년으로 5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실 저축은행이 갈수록 늘어나 이미 추가된 7조원 외에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현실이다. 여기에다 예보가 그동안 특별계정을 자체 신용으로 발행한 예보채 18조4000억원과 은행 차입금 1조5000억원 등으로 마련한 자금에 대해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계정을 만들 당시 이자는 연 평균 5%로 책정됐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정감사 당시 “예보가 특별계정 상환을 (5년 연장해) 2031년까지 늘릴 경우 들어가는 이자비용만 14조155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저축은행과 관련해 금융안정기금(공적자금)을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신 특별계정 기한 연장을 위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통해 자금을 모을 여유를 주자고만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저축은행 부실 문제 해결에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