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안철수의 2개월
입력 2012-11-15 18:27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출마를 선언(9월 19일)한 지 2개월이 다 돼 간다. 그 2개월이 안 후보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우선 많은 사람들이 꼽는 변화는 안 후보에게서 순진무구한 이미지가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직 지난 7월 SBS ‘힐링캠프’나 2년 전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했을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요즘의 안 후보는 당시보다는 덜 정감어린 모습이 됐다고들 말한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했던 미소를 머금고 해맑게 웃는 모습보다는 무표정하거나 차가운 표정이 더 자주 미디어에 등장한다. 사람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닐 테지만, 그가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한 사람들은 ‘정치인 안철수’의 모습에 아파할 것 같다. 요즘은 안 후보보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에게서 ‘옛날 안철수’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정의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지금은 ‘안철수 현상’이 곧 ‘새로운 정치’인 것처럼 돼버렸다. 캠프 사람들부터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 얘기다. 돌이켜보면 국민들은 정치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의 선한 인상과 착한 생각, 이타적 삶, 겸손한 태도 등에 대한 인간적 매력 때문에 그를 좋아했었다. 출마 이후 캠프 전략이 기성 정치권과의 대립에 치우치다 보니 ‘안철수 현상’을 야기한 안 후보의 다른 많은 장점들이 묻혀버린 것 같다.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는 안 후보의 대선 행보는 의외로 아직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많다. 실제 안 후보는 수십 년 낡은 방식인, 직능단체나 이익단체 행사장에 다니며 얼굴을 비추거나 시장을 찾아다니는 일정이 여전히 많다. 그에게서는 조금은 참신한 방식을 기대했지만, 정치적 행보만큼은 아직까지 기성 정치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안철수 현상’을 한 번 더 복기하자면 그의 ‘위로(힐링)’ 행보에 대한 열광이기도 했다. 2년에 걸친 토크쇼 형태의 행사인 ‘청춘 콘서트’로 그는 우리 사회의 낮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하고 희망을 줬었다. 그의 대선 행보가 어디에 잠깐 가서 인사하고, 소수의 사람을 제한된 공간에서 만나는 형태가 아니라 ‘위로’의 행보를 계속 이어가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쯤 ‘안철수 현상’은 더 확산돼 있지 않았을까.
안 후보는 출마가 너무 늦었고, 시일이 촉박하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선거 기술자’들을 데려다 썼고 지금도 정치권과 학계에서 원칙이 뭔지 모를 영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이 역시도 ‘새 정치’와는 거리가 먼 게 아닐까. 그가 “제 선거를 도와줬다고 공직을 나누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라면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는다.
그는 2개월간 여러 우려도 불식시켰다. 여러 차례 지적돼 온 우유부단함이나 유약함이 대선 행보 과정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재계와의 간담회 등에서 의외로 강단 있는 모습도 보여줬다. 정치권에서는 “공무원들에 휘어잡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폄하했지만 “그동안 축적한 학습량이 워낙 많아 공무원을 휘어잡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또 몇몇 행사장에서는 ‘분노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다. 무엇보다 정치 경험은 없지만 정치 감각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안 후보는 승패와 상관없이 정치를 10년 이상은 하겠다고 했다. 남은 대선 기간, 또 이후에도 ‘안철수 현상’의 다양한 장점들을 계속 살려나가길 기대한다.
손병호 정치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