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장검사 구속은 검찰의 구속을 상징한다
입력 2012-11-15 20:57
김수창 특임검사가 15일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유진그룹으로부터 직원 4~5명 명의로 쪼갠 현금 5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6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김 검사의 비리 혐의는 이뿐이 아니다.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수사와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사실도 나왔다. 돈은 부산에서 부장검사로 근무할 때 알게 된 기업인의 이름으로 개설한 차명계좌를 통해 받았다. 사건이 공개되자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쯤 되면 사회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특수검사가 아니라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돈을 챙긴, 염치없는 범법자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 내부에서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성, 쇄신을 외쳤다. 하지만 모두 헛구호였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준 태도가 이를 반증한다. 대검 감찰부는 최소 2주일 전에 김 검사의 비리 의혹에 대해 감찰을 실시했다. 그러는 동안 경찰이 내사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 수뇌부는 서둘러 특임검사를 임명했다.
경찰이 나서지 않았다면 내부 감찰로 끝내고 기소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의심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내부 비리를 직접 수사하겠다는 무리수를 둔 까닭에 불신은 커질 대로 커졌다. 검찰이 특권의식과 엘리트주의, 폐쇄주의를 버리지 못한다면 자성과 쇄신은 요원할 뿐이다.
김 검사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되더라도 국민들은 검찰의 뼈를 깎는 자정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도 과거의 잘못된 모습을 답습한다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론에 떠밀려 겉에 드러난 비리만 잘라냈다는 비난만 거세질 수 있다. 이미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검찰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를 내려놓고 검사 개개인이 스스로를 점검해볼 수 있도록 대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