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구곡간장 미어지는 슬픔 사랑으로 남아… ‘눈물 편지’

입력 2012-11-15 18:03


눈물 편지/신정일 (판테온하우스·1만5000원)

자식, 어버이 등 소중한 사람을 잃고 비어져 나오는 슬픔을 절제된 글로 표현한 선인들의 주옥같은 문장 77편이다. 이순신 윤선도 허균 정철 박지원 정약용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의 애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큰누이의 손에 길러졌다.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그 누이가 죽자 박지원은 이렇게 애통해 한다.

‘강가의 먼 산들이 검푸른 것이 마치 누님의 쪽진 머리 같았고, 강물빛은 누님의 화장 거울과 같았으며, 서쪽으로 지는 새벽 달은 누님의 고운 눈썹 같았다. 이에 누님의 빗을 떨어뜨렸던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자식을 앞세우면 그 슬픔은 하늘에 닿는다.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덕형의 장인은 50대 중반 경북 울진 평해로 유배를 갔는데 한양에서 불원천리 자신을 보러왔던 아들이 갑자기 죽고 만다. ‘해 저물면 너 오길 기다리고, 밤 깊으면 널 불러 함께 잤지… 통곡해도 소용없는 줄 알지만 너무도 사랑했기에 억누르기가 어렵구나.’

이렇게 구곡간장 미어지는 슬픔은 붓 끝에서 사랑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