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온것 부끄럽지만 유치원 교사 눈높이로 글 써… 감성에세이집 ‘퐁당’ 펴낸 이지애 KBS 아나운서
입력 2012-11-14 20:13
방송인 또는 연예인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면 조금 고개를 갸우뚱한다. 출판 바닥의 흐름을 아는 이들이라면 대필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대필이 집필 범주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KBS TV ‘VJ특공대’ ‘생생정보통’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아나운서 이지애(31). 그녀가 감성에세이집 ‘퐁당’을 펴냈다. “교정을 숱하게 봤어요. 유명세 업고 책 낸 것 아니냐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다 싶었거든요. 어려서 ‘수필가’를 꿈꾸기도 했기 때문에 보다 정성스럽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사실 책이 나오니 부끄럽기도 하죠. 그렇지만 꾹꾹 눌러 썼습니다.”
입사 7년차.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의 ‘안방마님’ 캐릭터를 통해 대중과 만나 “단아하다” “여성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안티팬’이 없는 요인은 옆집 누나나 친구 같은 친근함 때문이라는 자평이다. “그 무렵 ‘월간 에세이’에 ‘만남’이라는 꼭지 하나를 연재했어요. 내 삶의 밑동 같은 얘기를 조용하게 얘기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나도 그런 고민이 있었는데 당신도 그랬군요’ 하는 ‘답장’이 많았거든요.”
그녀의 글은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는 유치원 교사의 시선이다. ‘도도할 것 같은’ 아나운서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은 글을 읽으면 사라진다. ‘상처는 아픔을 기억해’ ‘아빠 미안해요’ ‘위로하는 권력’ ‘늦가을 마음이 외롭다’는 목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가 좀 털털해요. 아동심리치료사인 언니가 산소 먹고 자랄 때 너는 진흙을 먹고 자랐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이요. 한데 편하고 좋아요. 입사 시험 볼 때 면접관에게 빼어난 인터뷰어가 되겠다고 말했어요. 정치·경제계 등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좌판의 할머니, 알바에 허덕이는 학생, 동네 골목길 꼬마 등을 인터뷰해보고 싶다고요. 그들의 삶, 철학을 듣고 싶어요.”
화려한 이미지의 아나운서가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진흙 먹는 스타일이 제 모습이에요. 방송 의상은 그저 돌려줘야 하는 옷일 뿐이죠. 청바지가 좋고요. 정통 뉴스보다 뉴스 매거진 진행자였으면 하지요.”
이지애는 지난달 ‘저축의 날’ 정부 표창을 받았다. 월급의 60∼70%를 저축한 것. “은행원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남편 김정근 MBC 아나운서와 맞벌이를 하고 있다. 남편은 올해 MBC 노동조합 파업 사태 등으로 수입이 좋지 않았다. ‘체크카드’ 사용을 권했다.
“프로그램 사이사이 나오는 ‘브릿지 촬영’에서 한 발 더 나가 현장을 가보고 싶어요. 예쁜 아나운서가 아니라 경험과 연륜이 빛나는 아나운서이고 싶지요.”
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