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사령관과 부적절 관계 “켈리, 한국 명예영사로 8월 위촉”

입력 2012-11-15 00:58

질 켈리는 ‘팜므 파탈’인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절친’이자 존 앨런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과 ‘부적절한 소통’을 한 것으로 드러난 켈리가 지난 8월 한국의 명예영사(honorary consul)로도 위촉됐다고 미 외교전문 매체 폴린폴리시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켈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정계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고 주미대사가 플로리다 탬파를 방문했을 땐 워싱턴 및 지역 재계 인사들과의 만남도 주선했다”고 전했다.

김희범 애틀랜타총영사는 연합뉴스에 “켈리와 30분간 전화로 면접했고, 임명 요건에는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촉 전 한덕수 전 주미대사가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켈리를 선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도 한국대사관 측에 “언제 명예영사가 되느냐”며 몇 차례 독촉을 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한국과 관련된 그녀의 활동은 2만~3만 페이지에 이르는 이메일 일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명예영사는 연 2000달러가량의 실비를 제공받는다. 외교부 관계자는 “명예영사 활동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이뤄지면 그때 해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는 이번 사건 이후 취재진이 자신의 집을 둘러싸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나는 명예영사로 외교적 보호권을 갖고 있다”며 “(취재진이) 내 소유지를 넘어온 것은 법에 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켈리는 자신의 벤츠 차량에 ‘명예영사’라고 새긴 번호판을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켈리의 활동반경이 이토록 넓었던 이유는 그가 탬파 사교계의 중심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낌없이 돈을 써가며 고위인사들과 파티를 열고, 고가의 자동차를 몰면서 무보수로 군의 연락 업무를 맡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켈리가 탬파의 맨션에서 파티를 열면 손님들은 무척 사치스러운 대접을 받았다”고 전했다. 발레 파킹,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의 현악 4중주, 값비싼 샴페인과 시가, 신선한 캐비어 등 최고급 식재료가 포함된 뷔페 요리가 당연한 듯 제공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켈리가 400만 달러가량 빚을 져 은행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사교계에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빚잔치’를 한 셈이다. 텔레그래프는 또 그녀의 쌍둥이 언니 나탈리 카왐이 한때 찰리 크리스트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사귀던 사이였다고 전했다. 카왐은 360만 달러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올해 초 파산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