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이 경제·안보정책 발목”… 오바마 곤혹
입력 2012-11-14 19:57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불륜 스캔들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집권 2기 출발점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코앞에 닥친 재정절벽 해법 제시는커녕 국가안보, 전쟁, 개각 방향까지 당초 예상해 왔던 집권 후반기 구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가안보, 개각, 경제해법 요동=퍼트레이어스 전 국장 스캔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승리 불과 3일 뒤에 터져 나왔다. 특히 스캔들의 진원지가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팀 내부라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전쟁, 대테러 전쟁, 이란 핵개발 문제 등 수많은 안보 현안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CIA 수장 퍼트레이어스와 아프간 미군 사령관 존 앨런의 스캔들은 오바마를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이번 주 재선 뒤 첫 해외순방에 나서는 오바마에게 특히 이번 스캔들은 큰 부담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앨런을 신임하며, 그가 사령관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 카네이 백악관 대변인도 “국민 안위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오바마의 언급은 고육지책일 가능성이 높다.
CIA 수장이 불명예 퇴진한 마당에 2014년 철군 완료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아프간전쟁 수장까지 갑자기 바뀌면 오바마의 안보팀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가안보팀의 급격한 변화는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오바마는 잘 알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국무·국방 등 외교안보라인 개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듀크대 피터 피버 교수는 “인선 작업은 루빅의 큐브 같다. 조합 맞추기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FBI, 후버 시절로 회귀? 사생활 침해 논란=이번 스캔들은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집단인 군을 주말연속극 주인공들로 바꿔 버렸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다. 초점은 퍼트레이어스와 앨런을 옭아맨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과정으로 옮아가는 형국이다. 두 사람을 겨냥한 FBI의 수사가 과연 적법했는지, 인권 침해 소지는 없었는지 여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FBI가 과거 에드거 후버 국장 시절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후버는 국가 안보를 앞세워 정치인들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친 인물이다. ‘FBI의 역사’ 저자 팀 와이너는 “이것은 FBI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후버 시절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과정을 미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던 점도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에 따르면 FBI는 의회 정보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수사관들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국민들의 직장생활과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우려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불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질 켈리에 대한 공개수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사생활 보호에 매우 위험한 신호라고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