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되고파 파티셰는 어떨까… “장애는 없다” 꿈·희망만 있을 뿐

입력 2012-11-14 21:19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일이 좋아 바리스타가 됐어요. 나중에 커피전문점 주인이 되면 저 같은 학생들에게 커피 만드는 법을 무료로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14일 ‘장애학생 직업교육 박람회·통합형 직업교육 성과 발표회’가 열린 서울 대치동 SETEC에서는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었다.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과정(대전 혜광학교)이나 바닷물을 이용해 배추를 절이는 전통김치담그기(속초 청해학교), 천연비누를 생산하는 과정(광주 선광학교) 등 장애학생들의 특성을 잘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38개 특수학교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 이틀 동안 장애학생들만 4700여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끌었다.

대전 혜광학교 부스에서 커피 만드는 비법을 설명하던 ‘새내기 바리스타’ 장희성(21·지적장애 2급)씨의 손바닥은 동료들에 비해 유난히 빨갰다. 늘 뜨거운 커피 기구를 만지며 커피를 내리면서 데인 자국들이다. 장씨는 그러나 “커피 내리는 게 아주 재미있어 손이 아픈 줄은 전혀 모르겠다. 그저 ‘영광의 상처’일 뿐”이라며 웃었다. 대화가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밝히는 장씨의 표정은 밝았다.

장씨는 일반고를 졸업한 뒤 직장을 다니다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혜광학교에 입학했다. 수많은 커피 종류를 외우고 정확한 배합 비율을 익히는 힘든 과정을 거친 지 1년6개월 만에 꿈에 그리던 바리스타 자격증을 지난달 거머쥐었다.

장애학생들의 즉석 체험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전주 자림학교의 제빵 부스를 찾은 김현민(16)군은 “파티쉐가 되는 게 꿈”이라며 하트 모양의 빵에 초콜릿 크림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김군은 “평소 빵 만들기나 요리를 좋아했지만 직접 해보기는 어려웠다”며 “오늘 만든 케이크를 집에 가져가 엄마·동생과 나눠먹을 것”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특수학교 20개에 교당 20억원을, 장애학생에게 현장실습형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에 교당 시설비 1억원에 학급당 1700여만원을 지원해오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장애학생 취업률은 2010년 42.2%에서 지난해 50.0%로 올랐고 올해도 49.7%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립특수교육원 조연길 교육연구사는 “직업교육을 마친 장애학생들이 당당히 취업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다”며 “장애인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과정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