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미사일 부품 밀수출 부산항서 中선박 적발·압수
입력 2012-11-14 19:31
북한이 중국 선박을 이용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을 시리아로 밀수출하려다 지난 5월 부산항에서 적발, 압수됐다.
이는 미사일·대량살상무기(WMD) 및 관련 물자의 수출입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추가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북·미 관계 개선 움직임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의 외교소식통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이 중국 선박을 이용해 부산을 거쳐 상하이에서 시리아로 수출하려던 흑연 실린더 445개 등 WMD 부품들이 지난 5월 부산항 세관에서 적발돼 압수됐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패널이 이 사건과 관련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지난달 24일 대북제재위원회에 이 사실을 보고했으며, 중국은 사건 배경을 조사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선박은 북한에서 실은 이 화물이 미사일 부품인 줄 몰랐을 수 있다”며 “중국이 조사 의향을 밝힌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도 계속 WMD 수출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중국 선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책임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흑연 실린더는 로켓의 노즐과 탄두를 대기에 재진입시키는 재돌입 운반체의 노즈 팁(nose tips)에 사용될 수 있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인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산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자금이 부족한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도 미사일 수출을 지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깊숙이 개입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이번 수출 건을 방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에는 무기를 싣고 시리아로 향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북한 항공기에 대해 이라크가 자국의 영공 통과를 불허한 바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이성규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