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 생산 9000만대 돌파… 이젠 독일 車메이커 배워라
입력 2012-11-14 19:02
한국 완성차 메이커가 만든 자동차가 9000만대를 넘어섰다. 1955년 첫 국내 조립 모델 ‘시발차’ 이후 57년 만의 성과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 9000만 시대를 맞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과제다.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해외진출을 위해 독일 메이커를 배우라”고 지적한다.
지식경제부는 14일 자동차 국내생산과 해외생산의 지난 9월까지 누적치를 집계한 결과, 국내는 7473만7091대, 해외는 1573만7125대를 생산해 총 9047만4216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완성차 해외생산 비중은 2001년 3.3%에서 지난해 40.3%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해외생산도 9월까지 263만대를 기록, 지난해 사상 최대치였던 314만683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은 유럽과 중남미 시장의 수요 감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줄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가 겪은 미국발 연비 과장 사태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생산 및 수출 부진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결코 낙관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 자동차업계가 기술력을 높이고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대상은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다.
올해 상반기 세계 메이커 중에서 폭스바겐은 영업이익 1위, 글로벌 판매 2위를 차지했다. BMW는 럭셔리 브랜드답게 11.6%의 영업이익률로 이 분야 1위를 거머쥐었다. 특히 폭스바겐은 수요가 폭발하는 중국 시장에 한발 먼저 진출해 지난해 178만대를 판매하는 등 11%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신은주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직업교육 훈련과 노동시장을 연계하는 독일의 기술인력 양성프로그램인 마이스터 제도, 슈투트가르트에 집중된 부품 소재에서 완성차 제조까지의 산학협력 체계 등이 독일 자동차 기술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에 강한 독일을 모델로 우리 자동차업계도 질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일본 대지진, 태국 방콕 홍수, 엔고(円高)라는 3대 악재를 뚫고 일어서는 일본차 뒤에는 일본 정부의 힘이 있다. 같은 연구소 김상윤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차세대 차량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충전인프라 구축 등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혼다의 인사이트가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